이제는 허구의 신화(神話)를 깨자
이제는 허구의 신화(神話)를 깨자
  • 광양신문
  • 승인 2006.09.29 11:08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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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완 / 민주노동당 광양구례지역위원장
노동시장이 유연화 될수록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 청년실업을 비롯하여 일자리부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나 재계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투자 유인 증대 →자본 신규 투자→일자리 창출’의 도식을 제시하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고용창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자본의 투자가 저조한 이유는 침체된 경기가 주된 요인이지 노동시장의 조건 때문이 아니다. 2004년 6월 현재 실업률은 3.2%(76만명)이지만, 하루 3시간미만을 근무하는 준실업자가 2003년에 비해 23% 증가한 82만 명(통계청 자료, 2004년 8월)이다. 또한 청년실업률은 7.8%(38만 7천명)로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이며, 여기에 ‘취업준비 비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직업훈련을 받거나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층) 30만 6천명과 ‘유휴 비경제활동인구’ 24만 1천명을 합할 경우 사실상 실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청년층은 93만 4천 명으로 16.9%에 달한다. 현재 실업의 가장 주된 원인은 고용의 질 저하, 즉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부족 문제이다. 구직자가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감소하고, 일자리의 임금 수준이 너무 낮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아 비정규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실업 상태로 복귀하는 실정이다. 고용의 불안정성, 낮은 고용조건이 청년 실업자의 구직 의사 저하, 실업 기간의 장기화, 구직에서 실업 상태로의 반복적 복귀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 재고 등의 현실적인 조치를 취해 노동시장 진입 유인을 높이고 시장의 실패를 정부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더불어 공공부문의 정규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여 실업자를 흡수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OECD 가입국 중 인구대비 공공고용이 OECD 최하위이며, GDP 대비 공공투자 및 공공고용은 마지막에서 2번째인 상황을 감안할 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주의가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여 전체 임금노동자의 70%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노조의 철밥통 분위기가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다.’라는 극언을 쏟아내며 정부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비정규직을 양산한다고 쉴새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비정규직의 증가가 마치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많으나, 비정규직의 증가는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조의 조직률 하락 등 종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규직 임금 인상률을 5%에서 3%로 줄인다고 해서 특별한 법적 규제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임금인상률 3%인 정규직보다는 차라리 해고가 보다 용이하고 3% 임금인상률의 정규직 임금수준 절반만 보장해도 되는 비정규직을 단연코 선호할 것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는 정규직 노동자의 고임금 때문이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의 저임금 때문이다. 사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추어 상승되어 왔으나 (IMF이후 동결되거나 하락한 경우도 많이 있음),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지난 몇 년간 거의 임금 수준이 동결되어 온 상태이다. 단적으로 법정 최저임금제의 경우 2003년 9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적용된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2,510원이었고,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은 2,840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22,720원)으로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솔직하자. 정부와 재벌은 기업의 기술경쟁력 개선(기능적 유연성 확대)을 통한 정상적인 이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보다는 훨씬 간편하고 손쉬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인건비’의 대폭 삭감을 통해 정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윤을 초과한 추가적 이윤을 얻고 싶다고 솔직히 밝혀라.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서민들은 한국이 OECD가입국 중 사회보장비 지출이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임금 이외에는 생존 수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처지에서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통한 소득 안정화와 이로 인한 내수촉진 효과, 사회보장비 절감 효과, 추가 세수확보 효과 등을 주장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 및 안정성 확보에 긍정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이제는 당당히 밝혀라.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와의 집중교섭과 함께 11월 26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재계 역시 노동시장의 완전한 유연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허구의 신화를 깨고 서로의 솔직한 대화와 합리적 조정이 절실하다. 입력 : 2004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