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웃기는 생일잔치!
참말로 웃기는 생일잔치!
  • 광양신문
  • 승인 2006.09.29 11:28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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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재 환
서재환씨는 진상에서 농사를 지으며 틈틈히 우리지역 사투리로 글을 써오고 있다

나 생일이란다!(음력 9월 23일)

 
참말로 인자 나이 묵는 거시 안 반가분디 그래도 아직 일직허니 마당 갓에 있는 꽃치나 따나 끙커다 줌서 "사니라 욕 봤는디. 생일 축하 허요!" 허고 잇는디, 그래도 이리라도 챙기 주는 각시가 있응깨 얼매나 좋은가!각시가 그래도 신경 써서 채리고 낄이 준 미역국으로 아침을 묵고 저녁에는 이우제 밥이나 믹이자고 허는디, 어른들 기시는디 잔망시럽개 생일 잔치 헌다고 떠들기도 긍개 쫍으나따나 바깥에 있는 작업실서 허자는그마!정때가 되서 저녁에 술 한 잔 묵고로 집이로 오라고 해 놨더마는 해가 넘어 가고 때가 다 되 가도 기림자도 안 비치서 이 사람들이 딴 디로 새 삐릿다냐 허고 있응깨 시끌벅쩍허니 들어 옴서, "언능 문 열개!" 허는디, 나는 어디가서 생일떡이라도 사 갖고 옴서 큰소리다냐 허고 내다 봉깨, 아따메! 크댐헌 배추를 한 폭시 보둠고 들어 서는그마!"아따! 이거시 뭐다요?" "뭐는 뭐여? 촌놈 생일인디 이거시 젤이제! 어두분디 산에 가가 꽃 끙크니라 욕 봐 뿟네!" 글고는 언능 상 피라 쌓터마는 요라고 징허니 맹글아 놔 뿌요 이~!"이 배추는 자네가 숭거 논 놈 중에서 젤로 실헌 놈으로 빼 왔네!" "아니! 그러먼 내나 나 배추 갖고 생색들 내그마 이~!" "자내 생일인디 자내가 잘 가꽈 논 놈으로 허는 거시 젤이제! 넘의 것이 뭐이 좋탕가?"시상 천지에 이런 축하떡에 꽃다발 받아 보신 분들 기시요? 누 꺼시 됐덩 간에 상 가운데다가 올리 논 배추 욱에 몽실통통을 한 개 엉거 놓코는 촛불을 붙이 농깨 참말로 기똥차개 폼 잽히 뿔그마!"아따! 그래도 넘들은 초코파이 네 개는 싸 놓코 허더마는 달랑 한 개가 뭐다요?" "남치기는 어디 있것지다!"시상에 이리 대그빡 써서 상 끼미 주는 이웃들이 있는디 진수성찬이 뭔 소용이 있당가? 온 방 안에 들국화 내금새가 쫙 깔리고 기분 좋은디 술이 안 들어 가먼 사달이제!그래도 각시가 서방 생일이랍시고 있는 거 없는 거 맹글아 농깨 솔찬헌디, 배추 폭시 땜에 상이 쫍아서 이녁 묵을 거는 치끼들고 묵음서도 다들 상만 채리 보먼 우스버 죽것다네!진작부텀 지수씨랑 항꾸내 온다고 전화질만 뻑뻑 해 대던 놈이 뒤늦개사 혼차 들어 섬서 그래도 맨 손으로 들어 오기 뭣했덩가 어디서 꽃 한 가지 끙커 들고 옴서 쪼개고 있그마!"얌마~! 니는 지수씨 모시고 오랑깨 어디서 퍼 묵다가 인자사 혼차만 딸랑기리고 오냐? 이 꽃은 어디서 돔바온거냐!" " 질 갓에 주막들이 놔 조야 말이제이다! 오다가 핵괴 마당 갓에 있는 놈 좀 빌리 왔그만요! 어디 많아야 맛이다요?" 백운산 천지를 헤매고 댕기는 놈인디 이런 넉살이라도 있응깨 어디가도 미움은 안 받는당깨...주거니 받거니 험서 판이 질어 징깨 인자 엥간허니 한잔씩 허는 사람들은 다 낯빤닥부텀 단풍이 들어 가는디, 야는 지가 무슨 어우동이라고 폼 잡고 앙것그마!그나저나 넘의 집이 생일잔치 허로 온 사람들 허고 온 꼬라지들 좀 봐 보이다! 참말로 촌 사람들 아니다깨미 들에서 기냥 달리 와 농깨 여그 봐서는 봄인지 가실인지 철도 모르것그마! 암튼 이 존날 나가 성해서 넘어 갔것소? 오늘 아직에는 속도 씨리고 참말로 인나기가 싫어 죽것는디, 이 기맥힌 잔치 이약을 언능 챙기서 올리야 쓰것다 시퍼서 콤푸타를 키 놓코는 사진기를 달아 놓코 사진 들어 오너라 헝깨, 어라? 사진이 한 방도 없다는그마~!아따! 대그빡에 쥐나 뿌네! 여지껏 이런 일은 없었는디...? 나가 첨에 뭘 잘못 몬칫다냐? "어이~! 여그 사는디 해나라도 이거 뽄 낸다고 배추 사다 날라서 배추값 오르는거는 아니것지다~진이 싹 다 날라 뿟네!" "나는 암 것도 안 몬칫는디요?" "하~! 이걸 어찌까 이~! 이런 기림은 다시 못 기리는 건디....." '참말로 귀신이 곡을 헐 노릇이네 이~!'"어이! 어지깨 그 배추는 아직 있능가?" "배추는 있는디 초코파이는 묵어 삐릿는디... 하나 사 오껜다?" "사다가라도 맹글아 보까? 어지깨 그런 기림은 안 되껀디..." 각시가 더 앵해 싸서, "한 본 맹글아나 보제이다!" 험서 초코파이 사로 간다고 나서는디......... '어? 나가 언지녁에 각시 설거지 헐 직애 뭐 헌 거 있제 이~!' 대그빡에 불이 확 들어오네!언능 사진 개리 모타 논 방을 열고 딜다 봉깨 착실허니 안에다가 개리서 여 놔 놓코는 이리 아침부터 난리를 피우는그마! 볼쑤로 쩌만치 달리 가는 각시를 불러 딜이 놓코는, "여그 다 들어 있네야! 나가 어지깨 술이 많이 됐덩갑네 이~!" "많이 된 정도가 아니라 팍 가삣더마는 언재 그걸 엥기 놨쓰까 이~!"이리 난리를 피 감서 백힌 기림들을 올리 보는디 해나라도 이거 뽄 낸다고 배추 사다 날라서 배추값 오르는 것은 아니것지다~? 입력 : 2004년 12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