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일기] 박은숙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
[주부일기] 박은숙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0:21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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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가깝게 지내는 애들 학교 엄마들과 조촐한 저녁 모임을 갖고 동네 노래방을 찾았다. 그런데 그 중 한 엄마는 우리들의 모임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동석하게 되어 우리들과 자연스럽게 노래방을 가게 된 것이다.

이유인 즉 우리들은 오늘 처음 참석한 엄마의 노래를 처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 중 한 엄마가 오늘 처음 모임에 나온 엄마에게 노래를 한곡 하라고 권했다.

이윽고 부르는 노래가 우리들이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숨어 우는 바람소리' 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열창을 하자 순간 우리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그날따라 노래 가사가 마음에 다들 와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한 느낌을 받은 것은 분명했다. 급기야 한 엄마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얼마를 지났을까.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열창하던 그 엄마 하는 말. 이 노래를 부른지 불과 1개월 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아는 친구가 이혼을 했는데 이 노래를 그렇게 애틋하게 부르는 것에 기인해 자신도 '숨어 우는 바람소리'매니아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렇구나. 우리의 감성이 거기에까지 다가가 미치고, 그 느낌의 언저리에 감도는 작은 일렁임을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것에 우리 모두 매료될 수밖에.

노래속에 흐르는 진의는 잘 몰라도 그 무엇이기에 실려오거나 실어 보내는 것이 아니고, 이 안타까운 현재 진행형 안에도 과거를 이렇게 고스란히 담아둘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 뿐.

비록 그 깊이는 가늠하지 못해도 은밀한 속울음의 사연을 헤아리지는 못하더라도, 비록 단 한줄의 대중가요 제목에 지나지 않더라도 심성의 가는 떨림을 이렇게까지 노래할 수도 있구나...

그 아픈 속내를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는 소리없는 흐느낌이 역설적으로 바람이 우는 소리가되어, 그렇게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하는 구나 하며, 하지만 때로는 소리없는 울음도 우리 귓전을 스치기도 하는 것이려니, 들어보라, 사랑의 상흔(傷痕)이 남긴 바람소리가 이 봄 여느때와 다름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따지고 보면 시건의 흐름도 바람이다. 뉘라서 숨기고 감추어 두고픈 시간이 없겠는가! 그 숨어 있는 시간속에서 혼자우는 소리, 그러나 바람이 멈춰도 그 울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입력 : 2005년 0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