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일기]바람, 바람이 문제다
[주부 일기]바람, 바람이 문제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0:22
  • 호수 1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창 밖으로만 보여지던 고향의 모습은 열여덟해만에 돌아온 지금. 읍사무소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야 할만큼 구석구석 달라져 있다. 유모차를 의지한 친구의 어머니도, 중년이 다된 동창의 모습도, 동네의 낯모를 여러 얼굴들도 스무해 가까운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한다.

초등학교가 다섯 개라는 말에 '오잉?' 정말 놀랐지만 우뚝 솟아오른 아파트 탑은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해 줄 것 같다. 아이들을 전학시키고 선생님을 뵈니 우리 애들이 선생님복은 있는 것이 감사하다.

등교 3일만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엄마 나 반장됐어"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잉? 뭔일이랴~" 평소 소심한 아인데다 학교실정도 모르고 아직은 서먹할 터인데 어떻게 표를 받았을까? 선생님, 전학생이 '설마'하고 놔뒀을 것 같기도 하다. 소신 발표 잘했다니 기분 나쁘진 않고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나보다 하고 격려해주며 반장 엄마라고 특별하게 했던 게 없었기에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던차에, 불어온 자모바람이 만만치 않다.

학교마다 실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좀더 건설적인 전례들이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경험과 생각을 적어본다. 소풍 가는 날 교사의 도시락 싸기를 문제삼은 한 자모의 용기있는 행동이 전교사 도시락 개인지참 명령으로 바뀌었던 학교. 소풍날 동행한 맥주박스는 교사와 자모간 한잔 주고받기로 즐겁게 해주었으나 보다못한 한 학부형의 문제제기로 숨이 죽은 듯 했는데...

아이들의 급식이 급식비 만큼 충분한 영양이 주어지는가? 기본에 충실한 교육의 질을 따지며 교사의 협조를 구하고 운영위원장의 부정선거에 합의하여 그 목적을 무산시키고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챙겨주는 학교와 자모들. 지역의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아는지... 내아이 빛내기와 교사 비유맞추기가 교육의 질을 얼마만큼 높일 수 있을까?

자모회를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교사에 대한 감사를 저버리자는 생각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공감할만한 취지를 가진 자모회를 지지하고 바라는 입장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자모들도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자모의 모임이 거창해야만 교육의 질이 높아지거나 감사의 표시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일부이겠지만 전례를 앞세운 자모의 활동은 좀 아쉽다. 현직교사는 아니지만 과외교사를 하고 있는 동생이 자모에게 받은 감사편지를 보여주며 이럴때 보람있다며 좋아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감사의 글이 담긴 정성어린 편지한통. 통통한 붕어 몇 마리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문턱을 넘기에 너무 부족할까? 억대의 돈을 들여 성적을 사고 파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기막히지 않은가. 바람이 좋은 교육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바람은 부수고 파괴하는 힘이 있다.

주부들이여! 우리의 남는 여유와 에너지를 사회에 돌려줄 수 있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밝아지겠는가! 좋은 바람을 만들자.
 
입력 : 2005년 0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