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에 즈음하여
어린이 날에 즈음하여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0:40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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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학생의 ??인권장전 제정??을 주장한다 강 석 태 / 광양참여연대 공동대표
5월! 높고 푸른 하늘에는 따스한 태양, 싱그러운 5월의 신록이 눈부시다. 활기찬 5월은 진정 '계절의 여왕'이다. 여왕은 우리에게 가정의 달을, 특히 첫머리에 찬란한 어린이날의 왕관을 씌웠다.어린이! 80여 년 전 소파 방정환님이 어린 아동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 말을 사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란 어떤 존재인가? 어린이는 우리의 후계자요, 생명의 연장체이다. 나아가 인류사회 전반으로 볼 때는 위대한 인류의 유산을 계승 발전시킬 일꾼이며, 보다 밝고 아름다운 내일의 세상을 이룩할 인류공동체의 꿈나무들이다. 기성세대와 동등한 인격의 소유자들이다.허나, 귀한 이 어린이들이 과연 그 이름에 걸맞은 대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가? 당신은 이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가?2000년 11월, 학생의 날 75돌을 맞아 청소년 단체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 발표한 그들 청소년의 일곱 개 요구사항을 보자.1.입시위주교육반대 2.빈부격차 야기하는 고교등급제 반대 3.청소년 통제하는 두발용의 복장규정 철폐 4.청소년 숨통 조이는 강제야간자습 보충학습 폐지 5.청소년의 건전 문화시설 확충 6.실업계도 인정요망/사회적 편견 철폐 7.학생회 동아리활동 등 학생자치활동 보장.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며, 반도체 철강 조선 전자 선박 휴대전화 해양공학 등 분야에서는 세계 제1위를 자지한다고 할 만큼 경제가 발전하고, 정치적 민주화는 초고속으로 발전했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것은 가히 세계 어느 선진국도 못 따라 올 정도이다. 오죽하면 "니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리겠다"는 대사로 현직 대통령을 겨냥, 저격하는 패러디가 인터넷 매체에 횡행할까! 이 만큼이나 우리사회가 활성화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거기에 따라 우리나라 초중고교의 교육환경에서 학생의 인권은 어느 수준만큼 신장되었을까? 필자는 젊어서 20여 년간 교직에 종사했고, 26년 전 미국에 이민 갔다 지난해 고국에 영구 귀국한 사람으로 미국에서도 교육 사업을 했던 터라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남 못잖다. 귀국하여 이 땅의 교육사정을 엿듣고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다. 특별히 청소년 학생들의 인권문제는 내가 교직에 몸담았던 반세기 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개탄을 금할 길 없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서 등교 시 교문에서 신체 부위별로 사창을 하고 여학생의 치마길이, 단발머리 길이를 재거나, 남학생의 경우는 머리 한 가운데나 귀 옆머리를 바리캉으로 싹둑싹둑 밀어 고속도로를 닦는다고 하니, 지금이 몇 세기 어느 시대인가? 이게 바로 왜색 잔재이고 그들의 뒤를 이어 군사독재 문화를 이 땅 교육에 심은 자들의 찌꺼기가 아닌가! 그들이 자행한 인권유린적 군국주의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교육풍토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어린초등학생에게 거짓 일기를 쓰게 하고 그것을 검사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우기는 일부 교사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MRI진찰을 해 봄직하다. 교직에 종사할 때 나는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가면 급장이 나에게 향하여 "차렷, 경례!"하는 것을 못하게 했다. 되도록 교사가 먼저 학생들에게 인사 하는 것을 택했다. 아마 그것은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영어여서 쉬었을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닐 성 싶다. 꼭 군대식으로 "차렷, 경례!"해야 수업이 시작되고, 교사가 먼저 학생들에게 "안녕, 학생들!"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모 여학교에 근무할 때, 규율부 교사가 학생의 편지를 검열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말하곤 했더니, 교감이 나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그래서 즉시 각반 급장들을 불러 놓고 선언했다. "오늘부터 너희에게 오는 편지는 내가 검열하지 않는다. 너희 급장들이 가져가서 본인들에게 나눠줘라" 그리고 나는 편지통위에다 '국민은 신서의 비밀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의 헌법 조문(18조)을 써 붙였다. 2,3주 후 그 짓이 못마땅하다고 얄미웠는지 혹은 비교육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는지 교감은 나에게 하사(?)했던 그 감투를 뺐어갔다. 모 수산고에서는 영화 관람하다 들킨 학생들을 벌주기 위해 교정 여기저기 널려있는 방공호를 메우는 작업을 시킨 것을 직원 조회때 항의,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학생에게 노예노동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똑똑한(실은 존경스러운) 교장선생님의 동의로 즉각 폐지시킨 일도 있었다. 그리고 모 사범학교 재직 시는 전교조회 때 학생들의 자세가 나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하면 학생 뺨을 때리기를 일삼는 교장에 항의하다가 그 학교를 떠난 일도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다른 동료들처럼 출세(?)는 못했을망정 결코 후회는 하지 않았다. 교육과 훈련은 겉으로만 보면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콘텐츠가 확연히 다르다. 경찰견이나 맹인안내견을 길러내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훈련이지 교육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군에 입대하면 군인으로서 훈련을 받지, 학교가 베푸는 것과 같은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 교문 안은 대한민국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 딴 나라 영토인가? 교실은 이대로 어린이의 인권은 멈추고 교사의 교권(敎權)만이 활개 치는 치외법권지대인가! 뜻있는 참스승들에게 호소한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초중고 학생 인권장전제정'에 앞장설 용의는 없는가! 입력 : 2005년 0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