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공원 바닥분수와 연목구어
우산공원 바닥분수와 연목구어
  • 지정운
  • 승인 2012.07.16 10:03
  • 호수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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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제(齊)나라 선왕을 만난 자리에서 전쟁의 목적을 물었다. 선왕은 중국 통일이란 목적에 따른 부국강병과 외교, 권모술수, 합종연횡 등을 생각하고 있었고, 맹자는 선왕의 속내를 눈치채고 있었다. 맹자는 “영토를 확장하고 주위의 큰 나라가 머리를 조아리고, 나아가서는 천하를 지배하려는 ‘뜻’을 품고 있지요? 그렇다면 왕께서는 전쟁을 일으켜 주위의 제후들과 원한을 맺고 백성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기를 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선왕은 “그건 아니오. 나는 단지 나의 큰 ‘뜻’을 이루려는 것 뿐”이라며 왕도 정치와  인의(仁義)를 내세우는 맹자 앞에서 우물거렸다. 이에 맹자는 “그것은 지나친 욕심입니다. 무력으로 천하를 얻으려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緣木求魚:연목구어)보다 더 무리한 일입니다”라며 무력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파했다. 우산 공원에 최근 바닥 분수가 만들어졌다. 성대하게 통수식도 했다.

시 관계자는 “우산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물놀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만들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하지만 왠지 답이 궁색하다는 느낌이다. 주민들에게 의견수렴을 했냐는 물음에는 답을 못했다. 그냥 만들어 놓으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시민들이 좋아할 것이란 것이다.

이날 분수 통수식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코흘리개들이 수 십 명 동원됐다. 분수가 터지니 아이들이 ‘와’하면서 달려들었고, 흠뻑 젖은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은 진짜로 즐거워 보였지만, 행사가 끝난 후 입술이 파래진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들이 진짜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을 이용하는 시설은 물을 확보하기 쉬운 곳에 있는 것이 상식이다. 우산 공원 바닥분수 조성은 전체 공사비가 15억 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투입된 재원에 비해 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일단 이곳에서 가동되는 분수의 물은 지하수나 강물 등이 아닌 상수도이다. 돈을 들여 만든 수돗물을 산으로 끌어올려 볼거리를 만든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가동되는 시간도 극히 제한적이다. 시는 이곳의 가동 시간이 여름 한철 오후 시간이라고 밝혔다. 비오는 날 등을 제외하면 여름철 짧은 시간 동안을 위해 15억 원을 투입한 셈이다.

우산공원에 바닥 분수가 계획된 것은 최근 우리 지역에 분수 열풍이 불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시청 앞 광장에도 분수를 계획했었고, 와우 호수 공원에도 분수를 설치하자는 말이 나왔었다. 물론 이 두 곳은 설치 계획이 무산됐지만 마동 저수지에는 분수설치 계획이 진행 중이이다. 여전히 분수는 진행형이며 전시 행정도 계속되고 있다.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며 장래 100년의 미래를 준비한다고 홍보하는 광양시가 전시행정으로 시민들의 공감과 박수를 받아 내려하는 것은 푸른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