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봉’이 확실하다
공무원은 ‘봉’이 확실하다
  • 이성훈
  • 승인 2012.07.30 09:19
  • 호수 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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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국제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도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광양시가 국제 서커스를 개최한 배경은 여수엑스포로 인한 효과를 광양에서도 보기 위해서였다. 여수엑스포 관람객을 유인해 서커스 좌석을 채우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엑스포 효과는 거의 없고 되레 시기의 선택이 잘 못됐다는 조직위의 자체 평가처럼 계획부터 문제가 있었다. 차라리 더운 여름인 여수엑스포 기간에 맞출 것이 아니라 엑스포를 피해 서커스를 개최했다면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여론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도 서커스 부진 원인으로 엑스포 관람객 저조와 K-팝 공연에 관람객이 몰려 기대했던 여수엑스포가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황당한 변명 또한 시민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엑스포 때문에 시작한 서커스가 엑스포로 인해 망했다고 말하면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다. 남은 기간 동안 잘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데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 말들이 많다. 공무원들에게 또다시 서커스 관람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서유기는 매진이지만 엘리멘탈은 빈자리가 많으니 자리를 채우라는 지시였다.

관람 직원은 교육시간으로 인정 해준다는 조건으로 부서 운영비, 건강의 날 행사비 등으로 25일까지 서커스 관람을 하라는 것이었다. 일부 공무원들의 볼맨 소리에는 “그동안 서커스를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는데 마지막까지 공무원들에게 손을 벌린다”며 “역시 우리는 봉이 구나”하면서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부서 운영비를 서커스 비용에 사용한다는 근거가 희박하고 마지막까지 공무원들을 동원한다는 것이 부담이 돼서 결국 계획을 철회하고 말았지만 공무원들의 마음이 다친 후의 결정이었다. 올해 광양시 공무원들은 참 딱한 처지에 있다.

여수엑스포 관람해야지, 서커스 표 팔아야지, 다가오는 F1도 걱정이다. 지난해처럼 공무원들은 F1 대회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좋든 싫든 F1 표사주기에 또 한 번 동원돼야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커스는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이니 공무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좋은 일도 한두 번이다. 서커스 표 대부분은 각 부서 공무원들이 구입하고 판매한 것이다. 공무원노조도 서커스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표를 2천만 원어치 구입해 소외계층에 전달했다. 공무원들은 TF팀에도 참여해 밤낮없이 뜨거운 천막 안에서 행정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온갖 비난과 민원은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 정도 했으면 광양시 공무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VIP 예매가 저조하자 공무원들을 닦달하고 예매율이 낮다고 또다시 공무원들에게 손을 벌린다면 참 염치없는 일 아닌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한 공무원의 처절함이 귓전을 맴돈다. 공무원은 봉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