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동의 없는 도시통합, 당장 중단해야 한다
주민동의 없는 도시통합, 당장 중단해야 한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9.13 09:41
  • 호수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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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여수MBC에서 열린 도시통합 토론회에서 광양·여수·순천시장이 합의한 ‘광양만권 통합 MOU(양해각서) 체결’이 광양지역민들의 반대여론이라는 매우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의 광양만권 도시통합 논의과정은 특정언론사의 주도로 교수, 일부 시민단체 등이 특정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며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외면한 채 주민동의 없이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또한 통합도시의 구체적 발전전망과 통합지자체의 형태와 명칭, 통합청사 소재지, 주민들간의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주민참정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방안, 산업·주거·교육부문과 기피시설의 배분문제 등 당연히 논의되어야 할 사안은 거론조차 되지도 않고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3시 시장의 도시통합 MOU 체결합의에서 보듯 의회동의를 비롯한 주민 의견수렴 없이 시장이 일방적으로 통합합의를 할 수 있느냐라는 주민자치 측면의 근본적인 문제와 통합만이 도시경쟁력을 갖추는 유일한 방안인가라는 문제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통합과 EXPO 유치의 상관관계도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3시 시장들끼리의 도시통합 MOU체결 합의는 도시통합이 EXPO라는 국제행사와 특정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인식 속에서 합의되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질적으로 도시통합과 EXPO는 다른 문제이며, 각종 EXPO를 유치한 국내외 도시들이 기대만큼 성장했느냐 하는 점에서도 엑스포 유치에 도시통합이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광양시장이 ‘EXPO 유치를 위해 대승적으로 MOU체결에 합의했다’는 것도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장으로서 옳지 못한 처사였다. 컨부두 활성화 등 광양지역 발전에 인근도시의 협조유무도 시장은 따져야 하고, EXPO 유치로 광양지역은 어떤 이익이 있는지, 도시통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도시통합만이 경쟁력을 갖추는 유일한 길이라는 식의 여론몰이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미 3시는 도시통합을 경험한 바 있다. 통합당시에는 도시발전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상당한 통합후유증을 경험하고 있다. 여수는 오히려 인구가 줄었고 광양도 답보상태인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없이 또다시 주민들을 속이며 여론몰이 식으로 도시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일부 정치권의 전국을 광역단체화하는 논의도 실상은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결국은 정부재정을 지방에 적게 내려 보내겠다는 점에서 통합이 재정운영면에서도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 3시의 도농통합 당시 (통합을)반대한 시군이 발전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광양이 통합을 반대한다고 해서 발전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통합이라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찬반토론 등 토론회의 형식도 갖추지 않고, 진행한 비상식적인 여수MBC 토론은 원천무효이고 가치를 둘 이유가 없다.
광양시장은 이제라도 통합의 진정한 목표와 주민자치 확대, 기 수립추진하는 종합발전계획과의 연계성, 통합도시에서 광양지역의 기능과 발전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합논의에 임해야 하고, 통합과 무관한 광양발전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 공무원, 시민단체 등 어느 누구도 도시통합을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성인군자식 선심성 통합논의는 지역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충분한 토론과 동의 없는 도시통합 MOU체결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