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전남, 두려울게 없다
물오른 전남, 두려울게 없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24 09:30
  • 호수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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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본지에 여러 차례 스포츠 칼럼을 기고했던 김선규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앞으로는 전남 드래곤즈 홈경기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관전평과 경기 분석 기사 등 한 단계 더 높은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축구 마니아인 김선규 칼럼니스트는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프로축구 인터넷 중계방송 캐스터를 맡았으며 광주 KBS 스포츠 리포터(2004년)와 여수 MBC 스포츠 리포터('03~'08)로 활동해 왔습니다. 김 칼럼니스트는 전남이 2년 연속 FA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에도 본지 기자와 함께 현장을 직접 뛰며 전문가의 시각으로 다양한 기사와 칼럼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드래곤즈와 축구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바랍니다.
전남이 지난 19일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또다시 승리를 거두며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승리로 전남은 홈 3연승과 함께 홈 4경기 무패행진(3승1무)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홈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갖고 뛰어준 선수들의 불타는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홈구장에선 감독, 선수들이 홈팬들을 위해, 승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박항서 감독의 결연한 의지이자 홈구장 3연승을 향한 강력한 의지의 결과였다. 이번 대회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박항서 대표팀 코치와 선수였던 황선홍이 감독으로 만나 첫 대결을 펼치는 사제지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필자는 경기 당일 전남과 부산의 경기를 앞두고 양 팀 감독을 만나러 벤치에 찾아갔었다. 전남 코치를 그만둔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친정팀 광양 홈구장을 찾은 황선홍 감독은 감회가 새로운 지, 이날 경기 전 양 팀 서포터스와 축구팬들을 위해 그라운드를 돌면서 인사를 했다.

황 감독은 “이기고 싶고, 선수들도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이다. 전남도 마찬가지겠지만 비기는 건 의미가 없다”며 승점 3점에 대한 강한 욕망을 불태웠다. 또한 “이기려면 2골이 필요할 것 같고, 목표는 실점을 줄이는 것”이라며 안정된 플레이를 바탕으로 공세를 퍼부을 작전을 암시했다. 부산으로서는 지난해 37경기에서 단 7경기만 승리해 선수들이 이기지 못하는 것이 다소 부담이었다. 황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3~4골을 주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한골이라도 넣으려는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황 감독의 각오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부산은 전반에 무려 11-2의 압도적인 슛을 난사하며, 전남 공격력을 초토화 시켰다. 그러나 김치우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승리는 전남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김치우는 전반 8분 만에 고기구가 얻은 페널티 찬스를 골로 성공시키며 자신의 시즌 첫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전남은 후반 들어 과감한 슈팅과 자신감 있는 몸놀림으로 전반과는 달라진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초반 슈팅도 6-2로 부산보다 3배가 많을 만큼 공격에 치중했다. 그러나 그것도 반짝, 부산의 조커 정성훈에게 후반 18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박항서 감독은 이후 수비수 이준기를 빼고 김태수를 투입하며, 미드필더 장악력을 시도함과 동시에 최전방 공격수 슈바를 불러들이고, 시몬을 투입했다. 후반 35분 전남의 공격력은 빛을 발휘했다. 송정현의 강력한 슛이 부산의 골키퍼와 왼쪽 골포스트 사이로 방향을 잡으며 골로 연결, 전남은 맹추격한 부산을 따돌리고 2-1로 승리했다.

사제지간의 대결은 결국 스승인 박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이번 승리로 중위권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송정현도 결승골은 자신이 20-20클럽을 향한 20번째 골이어서 이번 경기는 더욱더 의미가 컸다.
이번 경기는 그야말로 양 팀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은 혈전이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전남의 수비 진영에서 전남이 3명, 부산의 2명의 선수가 공에 맞고 선수끼리 부딪히며,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치우는 동료선수의 등에 업혀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김성재는 훈련도중에 이마가 찢어져 10바늘을 꿰매는 등 이날 경기를 위한 전남의 각오는 대단했다.

오늘 경기를 위해 헌신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전남은 지금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단결력을 과시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남이 이 분위기를 최대한 이끌어 ‘용광로 같은 축구’를 통해 앞으로도 팬들에게 화끈한 서비스를 펼쳐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