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그리고, 우리의 권리
아파트 분양가 그리고, 우리의 권리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22 09:49
  • 호수 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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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상품이 아니다. 무슨 소리? 우리가 살아가는 집은 분명히 돈으로 사고 팔뿐만 아니라 투자의 가치도 가지고 있는데 상품이 아니라니.
물론 주택은 상품이다. 하지만, 주택은 우리 동네 가게에 진열된 상품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거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 문제이다. 따라서 주택가격동향은 국가차원의 경제운영이나 서민들의 가계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단적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를 휘청하게 만든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주거문제는 단순히 시장경제에 맡길 순 없기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한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 등이 있는 이유도, 국민주택기금이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각종 정책이 있는 이유도, 정치인들이 반값아파트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모두 다수 국민들이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생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과 대책이 필요하지만 그 중 하나가 ‘원가공개’이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보장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아파트의 원가를 투명하게 밝히고 부풀려진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해소하여 국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최근 연이은 대법원의 분양원가 공개 판결에 떠밀려 대한주택공사(주공)은 고양풍동지구와 화성봉담지구 분양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처음으로 공개하였다. 총 분양가가 2594억 원인 고양풍동지구의 경우 분양원가가 1946억 원으로 공개돼 33%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공이 집 한 채에 5100만 원의 이익을 챙긴 셈이다. 주공이 앞장서서 적정 분양가 책정으로 주택시장을 이끌지 못할망정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기업인 주공이 높은 분양가를 통한 과도한 시세차익이나 노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5년 임대 후 분양하는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바로 분양하는 아파트와 같이 공공임대아파트 역시 준공 당시의 건설원가를 공개하라는 재판부의 판결이 전국적으로 무려 이십 여 번이나 내려졌다. 가까이 광주 운남 주공아파트 6단지의 경우에도 주공의 잘못된 건설원가 계산으로 분양전환가격이 부풀려졌다고 분양전환가격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순천 배들 주공아파트도 아직까지 법적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주공의 말대로 바로 분양한 아파트의 고수익이 임대주택 건설 같은 공공 주거복지 사업에 쓰였다면 차라리 대법원의 판결이전에 5년 임대 후 분양하는 공공임대아파트의 건설원가를 공개해 국민과 임차인의 동의를 구하면 이러한 갈등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주공은 반복되는 패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끌기식의 상소를 이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임차인의 우선분양권을 위협하는 파렴치한 행위들을 지금도 일삼고 있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된 5년 임대 후 분양되는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주공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사업자 역시 준공당시의 건설원가를 공개하라고 판시하고 있다.)
 요새 우리 지역에서는 광양읍 매화 주공아파트의 분양가를 비롯한 분양전환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매화 주공아파트는 임대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축제 개최, 다양한 주민자치활동 등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와 단합이 높았고 광양시 최우수아파트 선정, 주공 전국 우수단지 선정 등 아파트관리에 있어서도 모범적이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체계적인 분양전환과정을 이끌어 내는 데 큰 밑바탕이 되었다.
 2007년 7월 민주노동당의 주민설명회를 계기로 주민들내에서 임차인이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 - 정보공개권과 우선분양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고 ‘원가공개를 통한 적정분양가 책정, 철저한 하자보수, 분양전환과정에서의 주민요구 반영’ 등이 주민들의 공통 요구로 모아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원가공개 요구에 대해 주공은 무성의한 답변만을 내놓았고 이에 주민들은 주공을 상대로 원가공개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분양전환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감정평가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분양은 해를 넘기게 되었다.
 주민들이 부딪혔던 어려움은 참으로 많았다. 갑작스럽게 감정평가 날짜가 설 연휴와 바로 이어지는 주말로 결정되면서 한때 주민들의 참여가 어렵게 되기도 했다. 또한, 감정평가 관련 법률조항이 원가를 기초로 하고 있지 않고 시세를 반영하도록 되어 있어 주민들의 원가공개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처지였다. 광양시에 매화 주공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자료가 거의 전무하여 기초자료를 확보하는데도 매우 어려웠다.

 감정평가 다음날 원가와 관련된 세부항목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던 주공은 감정평가이후 전혀 다른 변명을 대면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도 했고 주공 직원이 개인적으로 특정 법무사를 데리고 와서 일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동,호수 교체며 분양전환가격까지 들먹이는 부당한 행위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고 동시에 주공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순천 배들 주공아파트 주민들이었다. 매화 주공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설계로 지어진 순천 배들 주공아파트의 경우 평당 170-180만원대의 분양전환가격에 대해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계속 주공과 법적 공방을 하고 있다.

 ‘최소한 순천보다는 높을 수 없다.’ 단 한마디의 말로 요약될 수 있는 주민의 압도적인 여론을 그리고,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는 5년 임대 후 분양아파트 주민들의 연대와 투쟁을 주공이 계속 나 몰라라 할 순 없었다.
 비록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다수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분양전환가격을 쟁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주민들의 단합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전국 공공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연대였다. 따라서, 매화 주공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은 ‘시세보다 싸다’가 아니라 ‘원래 가격대로 적절하게 분양받았다’가 정확한 정답이다.

 아직 매화 주공아파트는 원가공개소송도 남아 있고 하자보수문제도 남아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힘을 모아온 주민들이 있기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히 수고해 주신 각 동 대표님, 이장님, 노인회장님, 선거관리위원님, 관리소장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