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주도한다
지역발전,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주도한다
  • 이성훈
  • 승인 2013.11.11 10:27
  • 호수 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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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공소와 문화가 공생하는 '서울 문래 예술공장'


낮에는 철공소 골목, 밤에는 예술촌 서울 문래예술공장
철공소 밀집지, 예술가들 모이며 ‘철+문화’ 공생 

글 싣는 순서
1. 철공소와 문화가 공생하는 '서울 문래 예술공장'
2. 구도심 재생사업의 상징 '인천 아트 플랫폼'
3. 보존에서 창조로 '일본 가나자와'
4. 예술의 섬으로 뒤바뀐 '나오시마'
5. 지자체 문화 경쟁력 대안은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경제난이 지속되며 안전해 보이던 도시마저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는 경제 강국이 되려면 하드파워가 강조되었지만, 이제는 소프트 파워가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 파워를 대표하는 분야로 문화예술 및 문화예술교육이 각광받고 있다. 국내외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자체 경제 활성화를 이룬 사례 공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양신문은 이에 지난 8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협력으로 전국 일간지ㆍ주간지지역신문 기자 10명과 함께 ‘지자체 경제 활성화’라는 주제로 국내해외 취재를 다녀왔다. 국내 취재는 철공소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울 문래예술공장과 인천 아트플랫폼을, 해외 취재로 일본 나오시마와 가나자와를 다녀왔다. 앞으로 5~6회 기획보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양시 문화 인프라 과제를 짚어본다.

예술이 가득한 문래예술공장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을 가면 예술과 철공이라는 부조화의 문화가 살아숨쉬는 곳이 있다. 낮에는 쇠깎는 소음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밤이 되면 소음은 곧 문화로 뒤바뀐다. 서울 문래 예술촌이 그렇다.

문래동은 30~4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최대의 철재상가와 철공소 밀집지역이었다. 하지만 1990년을 기점으로 쇠락하기 시작했고, 언제부턴가 소음과 먼지만 날리는 거리로 전락했다. 그랬던 문래동이 최근 문화예술의 기운을 받아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문래예술공장. 이곳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목적 발표장이다. 문래예술공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철공소가 1300여개가 몰렸다. 하지만 쇠소리가 가득한 이곳에 문화의 꽃은 소리소문 없이 피어나고 있다.



문래동 일대 철재상가와 철공소 골목을 처음 찾아가면 이상한 간판들이 있다. 그것도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철공소 또는 철재상가 건물의 2, 3층 곳곳에 얼굴을 내민 아주 작은 공방들이 골목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서울의 예술가들이 이곳 예술촌을 형성하게 된 것은 자연 발생적이었다. 쇠락하던 철공소 거리 건물들의 2, 3층에 공간이 나기 시작하자 홍대 앞, 대학로 등에서 비싼 임대료 때문에 밀려난 예술가들이 찾아들었다.

저렴한 임대료, 넓은 작업 공간, 편리한 교통은 젊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2003년 무렵부터였다. 철공소 밀집지역에 예술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서울 전역에 소문이 나면서 방문객도 많아졌다. 서서히 지역 활력도 되살아나고 있었다.


2010년 문래예술공장 탄생

서울시는 이들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2010년 ‘문래예술공장’을 열었다. 철재공장 부지를 사들여 전시, 공연을 하기에 적절하게 개조했는데 지하 1층~지상 4층이며 총면적은 2820㎡에 달한다. 이곳에는 대형작업실, 다목적 발표장, 카페형 갤러리, 세미나실, 레지던스 공간 등이 있다.

문래예술공장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밴드 등 음악 관련 예술,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장르까지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가 열린다. 지원받는 예술가들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문래예술공장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문래동예술 투어’를 정기적으로 열면서 지역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시민과 소통하는 예술축제

철공소 골목 예술촌의 예술가들은 정기적으로 모이고 공동 블로그도 운영한다. 다른 장르 간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그리고 이 지역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추진, 호응을 얻으면서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젊은 예술가들의 명물 아트페스티벌로 성장시켰다.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은 2007년 6월에 거리축제인 ‘경계 없는 예술프로젝트 : 문래동’을 열었다. 또한 10월 연합축제인 '물레아트페스티벌'로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판을 키웠다.

매년 10월에 열던 페스티벌은 올해는 8월로 옮겨 ‘간객(間客)’을 주제로 한 기획전, 물레페스티벌의 판을 처음 연 ‘춤추는 공장’의 융합 공연, 국내외 예술가들을 초청한 워크숍 등으로 속을 꽉 채웠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대안 문화공간 ‘재미공작소’

문래예술공장은 젊은 작가들이 선호하고 있는데 ‘재미공작소’가 인기다. 지난 3월 입주한 30대 선후배가 운영 중인 ‘재미공작소’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대안 문화공간이다. 예술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출판기념회, 개인전, 공연, 창작워크숍까지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다. 인디 공연과 유화 강좌, 시 창작 강좌 등으로 달력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문래예술공장은 이들 젊은 예술가에게는 베이스캠프이자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페스티벌이 열리고 유망 예술가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 육성 인큐베이터의 기능도 수행한다. 젊은 예술가들과 이들의 예술을 접하려는 일반인들이 몰려들면서 활기가 넘치는 동네로 문래동이 변모한 것이다.

고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이곳을 엄습하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 젊은 예술가들은 “아파트와 주상복합에 밀려난다면 또 다른 곳으로 유랑해야겠지만, 이 지역은 자발적 예술촌인 만큼 서울시 등 행정 당국에서 창조지구 등으로 지정해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