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주도한다
지역발전,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주도한다
  • 이성훈
  • 승인 2013.12.09 00:31
  • 호수 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지자체 문화 경쟁력 대안은 무엇인가

1. 철공소와 문화가 공생하는 ‘서울 문래예술공장’
2. 구도심 재생사업의 상징 ‘인천 아트 플랫폼’
3. 보존에서 창조로 ‘일본 가나자와
4. 예술의 섬으로 뒤바뀐 ‘나오시마’

5. 지자체 문화 경쟁력 대안은 무엇인가 

강원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 주민들과 다양한 공연 추진 
도시재생,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필요하다

결국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화려한 이벤트와 프로그램 대신 삐걱거리더라도 주민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돌려주고 충분히 논의해야 마을 만들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요즘에는 폐교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이곡리 산골마을에 있는 감자꽃스튜디오(대표 이선철). 이선철 대표는 10여년 전 폐교한 노산분교로 들어왔고 폐교를 활용해 마을 전체를 바꿨다.

20대 전부를 김덕수 사물놀이에서 사무국장으로 보낸 이 대표는 30대 절반을 공연ㆍ음반제작 벤처기업가로 활동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2년 폐교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귀농활동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문화기획자로 농촌을 바꿔보려 했던 건 아니에요.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건강이 안 좋아서 귀농했던 것 뿐”이라며 “교실 한 칸만을 생활공간으로 마련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원도지사가 이선철 대표를 찾아왔다.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던 사람이 평창 산골마을 폐교에 들어와 지내고 있다는 소문만 듣고 불쑥 찾아왔다고 한다.

도지사는 이 대표와 만나 폐교를 활용해 마을을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평창군이 강원도와 함께 공동 지원으로 폐교를 매입하고 리모델링 해준 것이다. 이때 위탁운영을 이 대표에게 맡겼다. 감자꽃스튜디오는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감자꽃스튜디오는 2004년 문을 열었다. 교실마다 사무실, 북카페, 노산분교박물관, 마을극장, 식당ㆍ쉼터, 마을센터 등을 갖췄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문화활동을 펼치자 평창읍 이곡마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행정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어느 동네에도 있는 지역정서와 먼저 몸과 마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어느 날 갑자기 외부인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 이 대표는 지역정서의 현실과 한계를 인정하며 주민과의 교류를 자연스럽게 이뤘다.

이후 주민들과 교류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감자꽃스튜디오를 사진관으로 착각해 들어오는 주민도 있고 바빠 죽겠는데 무슨 공연이냐며 핀잔을 주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런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주민과의 친화에 나섰다.

이선철 대표는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접근했다. 읍내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펼쳤다. 초중학교는 전교생에게 국악을 가르치고,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밴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이후 교사, 공무원, 마을 주민에게 서서히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주민들도 서서히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감자꽃스튜디오는 계절별로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봄에는 봄소풍(공연축제), 방학에는 분교캠프(방학캠프), 가을에는 가을운동회(걷기축제), 겨울에는 성탄극장(주민축제), 축제는 옛 학교에서 절기별로 진행했던 행사를 현 트렌드에 맞춰 재구성했다. 주민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감자꽃스튜디오가 콘텐츠와 기획, 홍보를 맡으면 무대설치, 부대행사 등은 주민이 도와준다. 부녀회는 음식도 손수 만들고요. 성탄극장도 주민 스스로 연극도 준비하고 가족밴드가 공연도 하고, 합동댄스도 하고 장터도 연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모든 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

감자꽃스튜디오 성공 요인은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에 있다. 지역을 재생하는 데 있어서 어떤 문화예술기획자도 혼자서 모든 걸 할 순 없다.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 감자꽃스튜디오는 초창기 인프라 구축과 초기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은 강원도와 평창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시작했다. 
이선철 대표는 감자꽃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경영철학 중 하나가 공공성이다. 이 대표는 “일단 감자꽃스튜디오는 공간에 관한 대가는 절대 받지 않는다”며 “공적자금으로 탄생한 공적공간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1년이면 2000명 이상이 감자꽃스튜디오를 방문한다. 감자꽃스튜디오가 방문객에게 받는 건 강의에 따른 강의료나,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에 따른 예술강사비 정도다.
내부 활동이 끝나면 감자꽃스튜디오는 가이드를 자처해 마을에 있는 찻집과 음식점, 숙박시설 등 마을 자원에 방문객을 연결시켜준다. 결국 감자꽃스튜디오로 인해 주변 상권이 저절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역 이야기 담는 마을 만들기 필요

신동호 커뮤니타스 대표는 “개발을 우선하는 행정이 개성을 잃은 마을만 찍어내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한계다”고 지적했다. 행정편의주의로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해 실행주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기회비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지역적 서사를 구축하는 힘이 바로 정의”라며 “하지만 현재의 도시 계획은 개발 이익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을 무마시키고 지역의 서사를 배제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동호 대표는 대구 수성구 만촌 1ㆍ2동 마을 특성화 사업이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마을의 정체성, 지역성, 특수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래 만촌동은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그런 다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네이밍 공모전을 한 결과 ‘해피타운 만촌’으로 결정됐다. 신 대표는 “새 이름은 만촌의 지향과 의미를 토대로 여유와 전통에 기반한 행복한 삶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미지 텔링을 통한 마을의 특성화 사업이 시작됐다. 공공디자인 전문가와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 팻말ㆍ가구ㆍ조형물 등을 만들고 마을을 디자인하게 된 것.

신 대표는 “결국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화려한 이벤트와 프로그램 대신 삐걱거리더라도 주민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돌려주고 충분히 논의해야 마을 만들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