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코드를 맞춰라
선생님과 코드를 맞춰라
  • 광양뉴스
  • 승인 2014.03.31 09:52
  • 호수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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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가끔 아이들이 쪽지에 자기주장을 써 오거나 편지형식으로 학교생활의 불만 사항을 가져오기도 하고,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가르치는 스타일, 말투, 다 마음에 안 든다는 학생부터 “발음도 안좋고, 수업도 지루하고, 진도도 잘 못 맞춰서 시험 직전에 몰아서 나가고, 실력도 없다”는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그러나 학원에서는 몰라도 학교에서는 이렇게 의견을 받아들여 코드 맞는 선생님을 찾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한 선생님과 함께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도 함께 공부하게 된다. 그러니 선생님과 안 맞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고 험담할 시간에 되도록 빨리 코드를 맞추는 게 현명한 처사이다.

죽이 잘 맞는 사람과 여행을 하는 것과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 중에 어느 편이 더 즐거울까?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의논하고, 이동하고, 밥 먹고, 잠자는 기분은 짐작이 갈 것이다. 학교생활은 긴 여행과도 같다.

그럼 그 긴 여행이 어떤 여행을 하면 좋겠는가?

선생님을 싫어한 대가는 무엇인가? 학부모 세대라면 누구나 영어 선생님을 좋아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수학 선생님 싫어해서 수학을 등한시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 등 여러 가지로 본인과 안 맞아서 공부를 하기 싫었다고 ‘자신 있게’ 핑계를 댄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들 그랬으니 손해 보는 느낌도, 뒤처지는 느낌도 없다.

나도 옛 시절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중학교 1학년 시절 국어 선생님이 충청도분으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공부시간에 열심히 하지 않고 놀았으니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지금도 가끔 그때가 생각이 난다.
이유야 어떻든 공부를 등한시하면 결국 누구 손해일까?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뿐이다.

경쟁은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들하고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 선생님은 지금도 변함없이 학교에 있고, 또 그 선생님과 코드를 맞춘 학생들은 한걸음 앞으로 더 나가 있을 것이다.

선생님과 코드를 맞추고 함께 공부하는 것은 기분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목 성적이 전국의 동급생과 비교해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야 더 즐겁게 공부하고, 보다 효율적인 학업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코드를 맞추라고 하면 선생님께 아부하라는 것이냐고 오해하는 학생도 있는데 아부와는 근본이 다르다.

선생님과 코드를 맞춰라! 학생이 싫어하는 선생님의 ‘어떤 스타일’이 바로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뚫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 선생님의 경쟁력이다.

선생님을 싫어하고 그 과목을 등한시한다고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자신만 손해다. 학원에서 배우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생각하면 엄청난 시간 낭비요, 기본 공사 없이 인테리어를 하는 셈이다.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절대 없다.

상위 5퍼센트를 꾸준히 유지하는 우등생들은 선생님과 코드를 맞추면서 공부를 한다는 점에 주목하라.

대체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거지요? 묻는 학생도 있다. 상위 5% 학생들의 공통점은 공부하는 습관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목적의식이 명확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천의 여부나, 공부하는 목표와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들어가 보면 매우 중요한 아젠다(agenda)이다. 이것이 바로 상위 5%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