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투표 독려 현수막, 후보들 스스로 철거하라
과도한 투표 독려 현수막, 후보들 스스로 철거하라
  • 이성훈
  • 승인 2014.04.14 09:11
  • 호수 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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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지방선거를 맞이해 투표 독려를 위해 후보들의 현수막이 도를 넘어섰다. 도시 전역이 후보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으로 인해 도시 미관이 엉망진창이다. 투표 독려 문구 옆에는 후보들의 이름이 거대하게 널려있다.

누가 보더라도 투표 독려가 아닌 자신의 이름 알리기 꼼수다. 시민 복지를 위해, 광양시 발전을 위해 출마했다는 후보들이 먼저 도시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인지 묻고 싶다. 시민 불편은 안중도 없는 참으로 뻔뻔하고 시민들을 기만하는 선거운동 방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기호, 선거구호, 공약 등 선거법에 저촉되는 내용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투표 독려 현수막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린 이후 현수막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무분별한 현수막은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보행자 통로를 가로막는가 하면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설치돼 운전 중 시야도 가린다.

일부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 돈을 내고 합법적으로 게시한 시민들의 상업광고를 가로막고 있다. 어떤 후보의 현수막은 다른 후보 선거사무소 바로 앞에 설치하는 바람에 한바탕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파트 광고 현수막은 버젓이 투표 현수막 아래에 걸려 있다.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그곳에 내거는 것이다. 후보들이 먼저 나서 불법과 무질서를 조장하고 있으니 시민 복지와 도시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그들의 발언에 보통 모순이 아니다. 

후보자들은 항변한다. “선관위에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어디에 내걸든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합법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사람들이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회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법과 질서에 의해 움직인다. 합법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후보들은 냉정히 지역을 돌아다녀보길 바란다. 도심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자신들의 이름이 과연 보기 좋은 모습인지. 

현수막 처리도 골치다. 현수막은 일반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어서 관급봉투에 넣어 처리해야 한다. 현수막 재질이 화학 섬유인 폴리에스테르이기 때문에 매립하면 토양오염이 우려되고, 소각하면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투표독려 현수막은 오히려 선거 혐오증을 낳을 수 있다. 시민들이 과연 후보들이 무질서하게 나열된 현수막을 보며 오히려 투표를 기피할지 염려스럽다. 또한 볼썽사납게 난립한 현수막이 후보자들의 인지도에 얼마나 높은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후보들이 스스로 현수막 철거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 예비후보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시장 후보들은 시 전역에 수십 장의 현수막을 내걸고 이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투표 현수막이 위법은 아니라고 해도 상식이 있는 후보라면 이렇게 무자비하게 도시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후보들이 나중에 시장이 된다 한들, 불법 광고물 단속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불법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인식으로 올바른 시정을 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먼저 시장 후보들이 스스로 현수막 철거에 나서라.

14일부터 시가 단속에 나선다고 하지만 인력도 부족하고 선거라는 민감한 사안에 공무원들이 철거하기에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후보들은 질서를 어지럽힌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길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