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전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
우리는 안전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
  • 이성훈
  • 승인 2014.04.21 09:42
  • 호수 5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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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안전부’는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꿨다. 어느 정권보다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로 볼 수 있다.

광양시도 안전총괄과를 신설했으며 총무국장이 안전행정국장으로 직책이 바뀌는 등 박근혜정부 출범 후 ‘안전’이라는 화두는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정부의 의지대로 안전하게 살고 있을까. 국민 어느 한 사람도 여기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만 해도 대형 참사가 줄줄이 터지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해 1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2일에는 목포에서 아파트 주차장이 폭삭 내려앉아 주민 800여명이 불안에 떨며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로 꽃다운 학생 5명이 사망했다. 어디 이뿐이랴. 천안함 폭침, 숭례문 전소,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등 지난 몇 십년간 육해공에서 수많은 대형참사가 발생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대형참사의 결론은 대부분 ‘안전불감증, 전형적인 인재’다.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매일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침몰 당시 약 두 시간 동안 국민들은 침몰상황을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도했다. 학생들이 전원 구조되고 부상자 몇 명을 제외하면 별 다른 사고는 없었다는 소식이었다.

학생들 구출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는 까닭에 학부모들도 안심했으리라. 점심 무렵 한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160여명이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오더니 두어 시간 뒤에는 무려 300여명 가까이 되는 승객들이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보도 이런 오보가 없다. 더군다나 정부의 공식 발표에서 말이다. 정부가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언론도 우왕좌왕하니 결국 피해자 가족이나 국민들도 정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참사를 지켜보면서 안전한 사회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요, 행복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항상 1등 지상주의다. 공부는 1등을 해야 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 남들보다 빨리 승진해야 하고 자식 공부도 남보다 더 많이 시켜야 한다. 우승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든지 빨라야 한다. 우리나라 IT 강국 배경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건물도 뚝딱뚝딱 지어야 직성이 풀린다. 조금 지체되면 늑장대응한다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게 우리 일상 문화다. 밥도 5분 안에 성급히 먹어야 한다. 식사의 즐거움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 속에 ‘안전’은 항상 뒷전이었다.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그때뿐이지 조금 지나면 금방 잊고 만다. 이런 안전 불감증 사회에서 우리가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넘는 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0개 딴들, 월드컵을 우승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광양시야 말로 안전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도시다. 전남도에서 산사태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고 국가산단에서는 해마다 각종 폭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양항에 1만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이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대형참사가 발생할 우려가 많은 곳이 광양이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도심 곳곳이 물난리, 산사태를 겪는다. 안전이 무엇보다 강조돼야 하는 광양이다.

요즘 지방선거 기간이라서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을 제시한다. 어르신들에게 노령연금을 주겠다. 대학 입학생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겠다.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 등 다양하다. 그러나 후보들이 복지, 토목사업에 열을 올리는 반면,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안전한 도시 만들기는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를 짓고, 축제를 하고, 무엇이든지 시민 눈에 보여야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 속에서 ‘안전’이 제대로 자리잡기 힘들다. 안전이라는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야 한다.

시민 소득 5만달러 달성보다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며 공부할 수 있는 사회, 직장인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필요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재빨리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에서 편안히 살고 싶은 시민들의 바람이다.

후보들은 시민들이 안전한 도시에서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공약을 제시해주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