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체험기]사전투표가 안겨준 생애 첫 투표의 감동
[사전투표 체험기]사전투표가 안겨준 생애 첫 투표의 감동
  • 김보라
  • 승인 2014.06.02 09:21
  • 호수 5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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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1시 광양시청 앞. 이날은 헌정 이래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국단위 사전투표 첫날.

선거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선거 당일과는 달리 투표장 초입부터 일렬로 빼곡히 들어서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어 달라 목청껏 외치는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제법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은 이날 주차장은 평소보다 더 북새통을 이뤘다.

투표장은 주소지가 광양으로 되어 있는 관내자와 주소지가 타지인 관외자로 나뉘어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신분증을 내밀고 지문 인식기에 엄지를 갖다 대는 본인 확인 절차를 밟았다. 이후 투표용지 7장을 건네받았고 90도 각도로 놓인 기표소 입구를 찾지 못해 잠시 멈칫거렸다. 당황과 떨림이 당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와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서른 둘 평생, 이날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불량 시민’이기 때문이다.

주소지와 거주지가 거의 달랐던 나는 게으름 때문에 20대 초반에는 부재자 투표 신청을 하지 않고 선거 당일 신나게 놀기에 바빴다.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여겼었다.

20대 중후반에는 선거 기간이 오히려 바쁜 직업이기에 다소 억지스럽지만 ‘일하느라’ 부재자 투표를 하지 않은 채 뻔뻔스럽게 ‘투표 독려’ 기사만 작성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저질렀다.

이때도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내가 속한 지역에서는 당연히 내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당선되거나 우세를 보였으니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와 사전투표가 나를 바꿨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내가 포기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나의 권리가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행동하는 양심’까지는 못 되더라도 주어진 권리를 내 발로 걷어차는 어리석은 일 따윈 되풀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전 투표에 참여하면 정신없이 일 해야 하는 선거 당일 투표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가벼운 마음으로 ‘투표장’에 향할 수 있게 했다.

SNS나 온라인 상에 ‘부정선거 우려가 큰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루머가 떠돌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진화에 나서기도 하는 등 아직까지 우리에게 ‘사전 투표’란 어색하고 생소한 제도긴 하다.

사전 투표일에는 선거운동이 되고, 선거 당일에는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등 해결해야 할 모순점도 여럿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춰 보면 사전 투표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지방선거 투표 참여율과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참여도를 조금이나마 높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디‘사전투표제’가 정치적인 계산법에 휘말리지 않고 장점은 부각시키고 부족한 점은 다듬어 매 선거 때마다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포기 하지 않게 하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