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ㆍ뒷통수 사진을 제거하라
현수막ㆍ뒷통수 사진을 제거하라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5.31 09:23
  • 호수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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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사진이다.
지역 언론의 현실상 따로 사진기자를 둘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지역 언론 기자들은 취재와 사진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사 작성이야 틀리면 다시 고치고 전화로 재차 확인하면서 마감 전까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지만 사진은 현장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매개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취재 현장에서 담아내지 않으면 행사주최측으로 부터 사진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사진 수정 역시 명암조절이나 트리밍(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 등 제한된 것만 가능해 기사처럼 고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25~26일 광주 히딩크 호텔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에서 주최한 사진 실무연수는 그동안 부실한 사진으로 독자들을 얼마나 우롱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연수는 20여년 가까이 한겨레신문과 한겨레 21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했던 곽윤섭 기자(현 한겨레신문 편집부 근무)의 강의로 이뤄졌다.

곽 기자는 이틀 동안 포토저널리즘과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개선방안, 행사 사진, 인물사진 등 다양한 주제로 지역 언론 기자들에게 사진 강좌를 펼쳤다. 이와 함께 현장 실습을 통해 그동안 배운 것을 복습해보는 시간도 가져보는 등 알찬 시간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날 각 지역 신문들의 사진 기사는 따가운 비판도 함께 받았다. 광양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곽 기자는 이날 “부실한 사진은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며 “지역 언론에서도 사진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기자가 가장 날카롭게 지적했던 것은 행사 위주의 현수막 걸린 현장에 사람 뒷통수만 실린 사진이었다.

그는 “현수막이 주인공으로 게재된 사진의 경우 기사 제목과 대부분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사진의 경우 현수막을 제거하고 인물을 더욱더 부각시켜 게재하는 것이 옳다”고 충고했다. 기사에서 중복을 피하는 것처럼 같은 제목에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실려 있는 사진은 결국 독자들을 우롱한다는 비판이다.
이와 함께 “현수막 사진의 경우 사람 뒷통수만 실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런 사진은 차라리 싣지 않는 것이 독자들의 눈을 덜 피로하게 하는 것이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곽 기자는 또, “사진 설명을 반드시 싣고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예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의를 듣고 난후 광양으로 돌아와서 보관된 광양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싣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 했던 사진들… 이 사진은 왜 이렇게 찍었을까.  신문을 넘길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광양신문은 여건상 모든 현장에 다 투입될 수 없다. 때로는 시나 기관,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사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지면에 게재된 사진을 살펴보니 현수막ㆍ뒷통수 사진은 기본이요 사진설명은 물론, 출처도 표기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광양신문에서는 이번 강의를 계기로 사진 기사로 독자를 우롱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진기사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기로 했다. 현수막ㆍ뒷통수 사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한 행사 사진을 받을 경우 사진 설명과 함께 출처도 명확히 표기할 것을 약속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임직원 모두 사진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좀 더 좋은 사진을 제공할 것인지 노력하기로 했다.

광양신문은 앞으로 독자들의 격려와 따가운 비판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