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민과의 대화, 거품을 제거하라
[기자수첩]시민과의 대화, 거품을 제거하라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6.12 08:41
  • 호수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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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의 대화는 시장과 해당 시의원, 관계부서에서 각 읍면동을 돌면서 지역 현안에 대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해당 주민들로서는 우리 지역이 어떤 현안을 갖고 있으며 대책은 무엇인지 시장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올해는 권역화해서 실시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읍면동별로 세분화시켜 해당 지역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주민들로서는 큰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형식에만 치우친 진행으로 시민들을 실망 시키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의 삼분의 일을 참석자 소개와 인사, 보고 등으로 허비하고 본 행사에 들어간다. 바쁜 일을 제치고 참석한 주민들로서는 주어진 두 시간이 어느 시간보다도 소중한 시간이다. 단 1분이라도 더 지역 현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또 묻고 싶어 하는 게 주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 이다.

그러나 두 시간 중 20여분을 지역인사 접견, 주요인사와 출입기자단 소개 등으로 소비하고 20여분을 시장 인사와 시정보고로 다시 소모해 무려 40여분을 허비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행사임이 분명하다. 특히 주요인사와 출입 기자단까지 굳이 소개해야 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주민과의 대화는 해당 주민이 우선이지 주요인사와 기자들이 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한 개회식과 함께 시장 인사 등으로 5분 안이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시정보고도 마찬가지다.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면 주민들도 천천히 읽어보고 두고두고 보관하며 시정 현안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텐데 일방적인 시정보고로 20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결국 40여분이라는 시간을 10분 안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도 시는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질의응답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리 예상 질문을 주고 답변을 취합해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맞춰 답변을 한다면 어떻게 진정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물론 질문자 모두가 사전에 결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시 입장에서는 주민과의 대화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미리 질문을 취합하고 사전 질문자를 선정했겠지만 이는 자칫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지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을 해당 부서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읍면동별로 지역을 세분화시켜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게 취한 것은 올해 주민과의 대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으로 보여 진다. 또한 “검토하겠다. 알아보겠다” 등 공무원들이 천편일률적인 답변에서 벗어나 가부(可否)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부터는 구태의 전형이라는 형식의 거품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간단히 개회식을 갖고 시장의 모두 발언이 끝나면 곧바로 주민과의 대화를 시작하자.

장황한 시정현황은 자료로 대신하고 바로 본론에 들어가 마을 구석구석의 일들을 소통하는 자리로 만들자. 이렇게 한다면 간결한 진행은 물론, 주민들과 다양하고 심도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질문자 선정도 없애야 한다. 시가 해당 지역 현안 자료는 취합은 할 수 있지만 이를 참고만 하고 질문은 참석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옳다. 행여 시골 어르신들이 말주변이 없어 읍면동 직원들이 질문을 미리 대신 써 준 것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광양 어르신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공무원은 자격이 없을 터이니. 시민과의 대화가 늘 하는 업무에 다름 아닌 순수한 지역의 진정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