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광양시의회, 교황 선출 방식을 바꿔라
[기자수첩]광양시의회, 교황 선출 방식을 바꿔라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03 08:59
  • 호수 26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양시의회가 어제와 그저께 양일간 민선5대 후반기 광양시의회 의장단 선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이들을 선출하는데 있어 외부의 간섭을 지켜내고 구성원의 자유의지를 표출시키는 교황선출 방식이 이제는 개선돼야 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교황선출 방식은 특별히 후보자가 없고, 피선거권을 가진 광양시의회 12명 의원들이 모든의원 중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11세기 교황선거를 추기경 주교에게 국한시키는 교황선거법이 실시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속인의 간섭으로부터 교회의 자유를 지키고 되찾으려는 교회개혁의 방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4세기부터 로마황제 등이 교황선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교황선거의 승인권을 요구한데 따른 교회의 자주권 회복이다.

유폐당한 교황선거 장소를 가리키는 콘클라베 (conclave)는 원래 ‘열쇠로 잠근다’란 뜻을 갖고 있다. 추기경들은 지정된 장소와 건물에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차단된 가운데 비밀투표를 실시한다.
정해진 서약문에 따라 외부 개입배제와 비밀엄수를 맹세함은 물론이다. 도덕적으로 검증된 성직자들이 양심에 따라 소신있게 투표하는 것이다. 매수와 파벌과 후보난립, 선거과열을 막기 위한 깊은 뜻을 갖고 있다. 성스런 종교 지도자를 뽑기 위한 엄격한 선거방식이 지방의회에 도입된 취지는 구성원간의 합리적이고 자유스런 의지를 존중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으로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선출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의회 의장단 선거는 갈수록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후보출마에 따른 정견발표나 후보등록 등의 선거절차 없이 의원 구성원 간에 선출되다보니 의장직에 뜻을 두고 있는 각 후보자들의 합종연횡은 물론 밀실거래, 담합이 예사다.
의원 모두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전원 후보’이다보니 편가르기나 상임위원장 보장등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이곳 저곳에서 벌어진다. 이번 광양시의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의장단 선거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미 독식채비를 각본으로 짜고 선거에 임했다.

특히 이번 의장단 선거에서 일부 의원들은 경남 남해까지 장소를 옮겨 담합을 벌였다. 또 10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광영의 한 음식점에서 의장 부의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상임위의 위원장 등 단 한자리도 무소속에게 내 줘서는 안된다고 중지를 모으기까지 했다.
이렇게 이뤄진 이번 의장단 선거는 결국 운영위원장만 당일 변수가 생겼을 뿐, 나머지는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선출됐다.
자, 이제 교황선출방식을 바꿔보자. 누가 의장에 출마했고,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세력이 누가 큰지, 자리를 어떻게 배분했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뀌기도 하고, 다수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나눠먹기 관행도 계속됨을 방지하고 심지어 누구를 지지했느냐를 놓고 갈등과 반목이 벌어지는 무늬만 교황선거 방식의 비판을 받아 들이자.

다행인 것은 강정일 의원의 약속을 굳게 믿겠다. “운영위원장이 됐으면 교황선출방식을 바꿔볼려고 했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간사가 됐으니 박노신 운영위원장에게 건의해 회의규칙 개정을 반드시 하겠노라고. 모든 광양시의원들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