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잔뜩 흐린 날씨에 웬 푸른 하늘?
[기자수첩]잔뜩 흐린 날씨에 웬 푸른 하늘?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9.11 09:06
  • 호수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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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6일 골약중학교 운동장. 이곳에서는 제24회 골약동민 한마음체육대회가 열렸다. 체육대회에는 골약동민 수백 명을 비롯해 이성웅 시장과 이곳 출신인 우윤근 국회의원과 서정복 전남체육회 사무처장, 정현섭 전 문화원장 등 각계각층 인사가 참석해 축하의 자리를 함께 했다.

귀한 손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오전 11시쯤 개회식이 열렸다. 축사도 이어진다. 이성웅 시장은 김동영 골약동장의 개회사에 이어 축사를 했다. 이 시장은 정장 안주머니에서 원고를 꺼내 한줄 한 줄씩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시장의 축사를 간단히 정리하면 골약동은 예부터 어사 박문수가 이곳을 들러 “조선의 전라도요 전라도의 광양이라”며 으뜸으로 치켜세웠던 곳이라는 것과 광양항 컨부두 개장 10주년을 맞이해 이곳이 앞으로 광양항 성장 동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약 4~5분간 이어진 이 시장의 축사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으며 으레 건네는 덕담 수준의 인사말이었다.

그런데 축사 말미에 사단이 발생하고 말았다. 축사를 마무리하던 이 시장은 잘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잠시 멈췄다. 왜 그런지 유심히 쳐다봤다. 잠시 멈칫하던 이 시장은 이윽고 다시 축사를 읽어 내려갔다. 이 시장은 축사 마지막에 “푸른 하늘이 화창한…”으로 시작해 골약동민들이 오늘 즐거운 나날이 되라는 인사로 축사를 끝맺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왜 축사를 잠시 멈추었을까? 이날 날씨 때문이었다. 이날은 간간히 빗방울이 보이는 등 오전부터 잔뜩 흐린 날씨였다. 그런데 축사에는 ‘푸른 하늘…’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추론해 보건데 이 시장은 원고를 읽어가다가 날씨와 관련된 문장이 나오자 현실과 맞지 않아 잠시 말문이 막히고 만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잠시 당황했지만 결국 ‘흐린 날씨’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푸른 하늘’이라는 원고를 그대로 읽으며 축사를 끝마쳤다.

결론을 놓고 되짚어보면 공무원이 미리 준비한 축사를 이 시장은 행사 시작 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설령 이 시장이 축사를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더라도 마지막 날씨와 관련해서는 아예 빼버리던지 상황에 따라 적당히 대처하는 순발력이 필요했다.
이 시장은 민선 3~4기를 이끌어오면서 수많은 자리에서 축사를 했을 터…이러한 경험을 못 살린 채 현장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시장은 결국 ‘푸른 하늘’이라는 사실과 정 반대되는 인사말로 무성의한 축사가 됐음을 자인했음은 물론 망신을 톡톡히 사고 말았다. 잔뜩 흐린 날씨에 뜬금없이 푸른 하늘을 얘기하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차라리 축사를 준비하지 말고 현장에서 덕담 수준으로 가볍게 동민들에게 인사를 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이 시장은 앞으로 2년이라는 임기가 남았다. 축사만 해도 한 달에 몇 번씩 이 시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축사를 작성하는 공무원보다는 시장 본인이 축사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오늘 날씨는 어떤지, 참석한 시민들 계층은 어떻게 되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지…. 앞으로 무심코 읽고 내려가는 성의 없고 천편일률적인 축사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시장의 진심 어린 축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