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 광양뉴스
  • 승인 2014.09.22 10:26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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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의 대가 정병욱 12
조동래 시인ㆍ수필가
여사는 2009년 권오만『윤동주 시 깊이 읽기』의 출판을 위해 대담(對談)한 기록에 의하면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남긴 글에 “진주에서 여중을 다니실 때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이 깊어 집에서 일하던 이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간 뒤(당시 광양 집에는 양조장을 경영하여 외부 인들의 출입이 많았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마루 밑(우물마루에 사방1.5m 정도 마루청이 들리는 부분이 있어요) 라고 증언 하고 있다.

그 마루청을 들고 마루 밑으로 내려서면 마루 밑 흙과 마루청 목재사이가 1m쯤 됐어요. 그 마루 밑에 독을 묻고 집안의 귀중품, 따님의 혼수 감 같은 것과 함께 보관되어 있었다. 오빠가 학병으로 나가기 전에 친지들로부터 받았던 무사 귀환을 소망, 격려한 싸인 첩의 글발 등을 보여주셨다.

정덕희 여사님은 시인의 시고(詩稿), 오빠에게 전한 친지들의 글발을 접하고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 하략 ……

경황을 살펴보면 정 여사의 증언이 확실하고 진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된다. 여사가 본 장소는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22번지 가옥으로 당시 양조장이었다. 그 건물은 진상면 거주 김선주가 1925년도 신축해 양조업을 경영을 하고 있던 상가건물이다.

그것을 병욱의 선친 정납섭 공께서 1934년 매입해 양조업을 계속했던 곳이다. 그리고 정여사는 1931년생으로 하동공립보통학교(6년제)를 졸업하고 진주 여중에 입학한 학생이었다. 그가 원고를 본 것은 1944년이니 만 13세로 중학생이 분명하다. 순수하고 총명한 지혜를 가졌던 시기라 더 이상의 이론이 불필요하다.

다만 학생 때인지라 계절이 언제인지 여름 또는 겨울방학인지를 명기하지 않는 것이 아쉬우나 지금은 기력이 쇠잔해 더 이상 대담을 할 수가 없으니 몹시 아쉽기만 하다. 윤동주 시고(詩稿) 원본이 보관된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앞으로 광양에서 어떤 이벤트나 윤동주 시인과  정병욱 박사에 대한 현창사업을 하게 되면 장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윤동주 시《하늘과 바랍과 별과 시》는 일본어는 물론 영어ㆍ중국어ㆍ불어로 번역해 출간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언어로 출간될 때 기록에 원고 보관처가 기록된다면 반드시 광양군 진월면 망덕리 22번지로 명기되어야 할 것이다. 보관처의 실체가 보존돼 있고 사실로 판명되었으니 앞으로 바르게 표기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병욱 박사는 학창시절인 부산동래고보 때와 연희전문학생 시절 고향에 들려 동생들과 한때 나마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황급히 떠나곤 했기 때문에 추억의 글이라도 남긴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단 한편의 비문이 고향이던 진원면에 남아있다.

진월중학교 건립 때 부지를 희사한 재일교포 이강식의 송덕비문을 1978년 5월 쓴 글이 현재 교정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유고시(遺稿詩)의 보관 장소는 2007년 7월 3일 등록문화재 341호‘윤동주 유고보존 정병욱 가옥’로 되어 있다. 당시 여러 가지 고증을 거쳤으며 등록할 때 윤동주·정병욱 유족 측은 몇 번의 합의 끝에 명명되었고 문화제청에서 검토 후 지정된 것이다. 그리고 광양신문 주최로 금년 9월 7회 차 윤동주 백일장사생대회가 인근에서 개최된다.     

끝으로 유고보존 가옥이 알려지게 된 사유를 더듬어 보면, 2006년 광양제철고등학교 오송식 국어선생은 수업 중 윤동주 시 초고가 망덕에 보관되었다는 말을 했고 마침 그 말을 들은 박소정 학생이 집에 와 건물주인 아버지 박춘석에게 확인을 했다. 그런 다음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오선생은 교지 편집위원 학생 4명과 함께 현지를 찾았다.

그리고 대담한 기사를 교지『한 빛 터』에 실었고, 연이어 지역신문에 기사화 됨으로써 널리 알려졌고, 광양시청에서 등록문화재를 추진했던 것이다. 정병욱 교수가 1975년에 쓴 글‘잊지 못할 윤동주’가 2004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상(상)에 수록돼 있다. 그에 따라 윤동주의 시 세계와 인생의 포괄적인 면을 알려주고 있다. 그동안 독자에게 감사드리며 연재를 마무리 한다. <끝>
조동래 시인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