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바퀴벌레는 무슨 사이?
공룡과 바퀴벌레는 무슨 사이?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0:02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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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신 - 한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공룡과 바퀴벌레는 무슨 사이? 같은 시대에 산 동기동창생이란다. 하지만 공룡과 바퀴벌레의 현재 모습은 전혀 다르다.

공룡은 6천 5백만년전에 멸종한 된 것으로 운석충돌설, 기후변화설, 화산설, 지진설, 홍수설 등 설만 무성하다. 토인비(A.Toynbee) 박사의 [역사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나이 20억년, 지구상에 식물이 서식한지 5억-8억년, 인류탄생은 60만-100만년, 문명탄생은 5천-6천년전이라고 하니 공룡은 인간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다 사라져버렸다.

공룡은 단지 발자국, 뼈, 알만 남겨놓고 있다. 이런 흔적은 인근지역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공룡알은 보성군 득량면, 하동군 금남면을 비롯해 공룡발자국은 여수 화양면, 남해 창선면, 해남 우황리, 그리고 공룡뼈는 하동군 수문리와 돌섬, 진주시 나동면 등등.

바퀴벌레는 아직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놈은 저녁만 되면 나와서 운동회를 하고 들어간다. 잡아도 잡아도 소용이 없다. 습윤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 해서 난방이 잘된 부잣집에 많이 살았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돈벌레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바퀴벌레는 지구상에 약 3500종이나 되며, 3억5천만년 동안 지구 위를 기어다니면서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바퀴벌레는 최초의 양치식물이 싹을 틔울 때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또 공룡이 등장하고 사멸할 때도 가까이 있었다. 아기공룡 둘리처럼 공룡은 친근감이 있지만 바퀴벌레는 웬지 싫다.

21세기는 1년이 수천 년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신이 없다. 손끝에서 모든 것이 처리되는 시대이다. 이 시대에 우리는 공룡보다는 바퀴벌레에 배워야 할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첫째,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생식활동을 하는데, 단 한번의 생식으로 암컷은 평생 보통 30-40개의 알을 낳는 강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육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일이 적은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강자의 틈새를 노린다. 셋째, 공기가 움직이면 미세한 털을 움직여 바퀴벌레의 체내에 있는 신경섬유에 즉시 위험신호를 보내 20분의 1초도 경과하기 전에 도주한다. 민첩성이다. 넷째, 바퀴의 외부골격은 오그라들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조그만 틈바구니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바퀴벌레는 몸을 옹크리면 사람의 발에 밟히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슬림화된 유연조직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어떤 바퀴들은 적에게 키논이라는 화학물질을 뿜어 공격하던 딱정벌레나 개미들의 정신을 잃게 한다. 방어수단으로 공격한다.

여섯째, 새끼 바퀴벌레는 공격자에게 다리를 붙잡히면 그 다리를 끊어버리며, 끊어진 다리는 나중에 다시 생겨난다. 불필요한 것은 언제나 잘라내는 과감한 결단력이 있다. 일곱째, 바퀴벌레가 살충제 세례를 받고 용케 살아남으면 그 체험을 기억해서 다음에 그러한 위험을 회피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지식경영을 한다.

이처럼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바퀴벌레는 목이 잘릴 경우 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죽는다고 한다. 공룡은 멸종될 수밖에 없다. 바퀴벌레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영양학이나 신경생리학, 유전학, 신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나 심지어 암을 연구하는 학자들까지도 바퀴를 완벽한 실험표본으로 보고 있다. 자연의 이치에서 배울 게 많다.
 

입력 : 2005년 05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