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다시 폐지하는 허가과 두고‘할 말들이 많다’
[기자수첩] 또다시 폐지하는 허가과 두고‘할 말들이 많다’
  • 이성훈
  • 승인 2014.12.29 09:26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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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훈 편집국장

광양시가 내년 2월 단행할 조직개편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시민과 소통, 기획조정 기능 강화, 획기적인 업무 혁신이라는 목표 아래 시는 각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신설한다.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허가과를 폐지하는 것이 눈에 띈다. 

허가과는 2월이면‘건축허가과’로 통폐합될 예정이다. 조직개편 TF팀은 통폐합 이유에 대해  시민들의 허가민원 불편사항을 적극 해소하고 맞춤형 민원서비스를 위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복합민원 처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허가 민원이 주로 건축과 관련된 부문이 많은 만큼 이를 집중적으로 하고 나머지 보건위생, 공장등록 민원은 해당 부서에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지난 10년 동안 허가과 신설ㆍ폐지 과정에서 꾸준히 나왔던 내용이다.

오히려 통폐합하는 건축허가과는 개발행위 업무에 주거복지 지원 사업까지 떠맡게 돼 그야말로 각종 민원으로 인해 업무가 과다하게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은 건축과나 허가과 어느 부서를 보더라도 이번 통폐합 카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과다업무와 각종 민원 폭증이 예상되는 건축허가과가 과연 정현복 시장이 추구하는 맞춤형 민원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그동안 광양시의 허가과 신설ㆍ폐지 과정을 살펴보자.

시는 2001년 1월 허가관련 민원서비스 개선을 위해 허가과를 설치ㆍ운영했다가 2006년 11월 폐지했다. 허가부서와 관리부서의 이원화로 업무 책임한계가 불명하고 특히 인허가 전담처리과정에서 사업부서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한계성이 있어 폐지한 것이다.

결국 원활한 복합민원처리 전담기능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어 허가과 대신 주택과를 신설했다. 당시 허가과는 공무원들 사이에 기피부서로 인식됐다. 인허가 업무책임이 1개과에 집중되면서 업무부담 가중, 직원사기 저하, 인사이동에 따른 전문성 지속유지 곤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허가과는 결국 인허가 업무 중 주택관련 기능만 남기고 다른 인허가 업무는 해당 부서로 복귀하고 말았다.

이후 허가과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 2월 조직개편과 함께 부활했다. 허가과는 현재 공장등록ㆍ식품위생ㆍ산지 및 농지전용ㆍ개발행위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1년 만에 또다시 폐지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제대로 검증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말이다. 또한 1년 동안 각종 민원에 시달렸던 허가과 공무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사실상 사라질 형편에 놓였다. 

이를 두고 공직내부에서 조직개편을 너무 졸속적이고 즉흥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공무원은“조직개편이라는 것이 큰 틀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금방 신설했다가 폐지시키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성과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폐지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설립한 허가과는 그동안 복합민원 처리기한을 대폭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모든 복합ㆍ즉시 민원을 한곳에서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민원 시스템으로 허가 민원처리는 평균 10일에서 3일로 70%이상 기간을 단축시켰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허가과 직원들의 사기는 밑바닥이다. 인센티브도 없고 직원들은 각종 민원으로 감사실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이성웅 전 시장이 허가과를 신설하면서 허가과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인센티브는 퇴임하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정현복 시장도 취임 후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허가과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폐지를 눈앞에 두면서 유야무야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허가과 관계자는“그동안 신설폐지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도 1년 만에 이런 운명을 맞이한다는 게 정말 씁쓸하다”고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근평은 커녕 징계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이제는 폐지를 운운하고 있으니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소신껏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번 조직개편 후 언젠가는 또다시 조직개편을 할 것이다. 그때 가면 허가과는 신설할 수도, 다른 부서와 짝짓는 방식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또 어떤 구실로 부활시키고 무슨 핑계로 폐지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제발 즉흥적으로, 졸속적인 조직개편을 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