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가 유흥비로 탕진되는 문화
연구개발비가 유흥비로 탕진되는 문화
  • 광양뉴스
  • 승인 2014.12.29 10:25
  • 호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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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덕 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공직사회가 깨끗해야 나라가 깨끗하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깨끗하고 못사는 나라일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재상 윌리엄 글래드스톤이 부패는 국가몰락의 지름길이라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잘사는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부정부패가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감사원 검경 국민권익위원회 등 사정기관에서 나오는 공금착복 사례를 보면 그렇다. 오히려 점점 더 교묘해지고 은밀화 지능화 고도화되는 경향마저 엿보인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연구개발(R&D)비 감사결과를 보면 학생을 가르치는 어느 대학교수가 가짜로 연구원을 18명이나 위장 등록시켜 3억 여 원의 인건비를 횡령했다고 한다. 간 큰 이 교수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인건비를 빼돌려 7200만원짜리 오디오를 구입하기도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모든 공적예산 지출이 전산으로 이뤄지는데도 이런 소행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어느 에너지 공기업 간부들은 4년 동안 노래방과 유흥주점을 500여 차례나 드나들며 공공업무 수행에 써야 할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최근 5년이 넘도록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로 150차례에 걸쳐 4천2백만원을 썼는데도 자체적으로나 감독기관으로부터 적발되지 않았다. 연구개발에 투입돼야 할 국가예산이 이같이 흥청망청 낭비돼서야 되겠는가.

이게 어제 오늘의 애기가 아니다. 부패방지 대책이 없어서 그런 것 도 아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관대한 처벌이 가장 큰 문제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똑같은 비리가 계속 터지면 가중처벌하는 엄벌규정 마련도 절실하다.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는 그나마 좀 나아졌다.

그 이유는 10여년 전부터 한 번만 비리를 저질러도 승진불이익 감봉 그리고 파면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처벌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금관리가 부실한 대학이나 연구기관에도 이같은 무관용의 원칙 도입이 시급하다.

기관마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도 비리근절에 도움이 된다. 공익제보자(휘슬블로어)의 인센티브제 도입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지속적인 부패방지교육과 청렴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