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보육교사인 게 창피하다”자괴감 학부모“아이들 보내기 불안…CCTV 확대해라”
어린이집“보육교사인 게 창피하다”자괴감 학부모“아이들 보내기 불안…CCTV 확대해라”
  • 도지은
  • 승인 2015.01.26 09:24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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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어린이집 총 152개, CCTV 설치는 35개소 뿐

<긴급점검> 우리지역 어린이집은
괜찮나

최근 전국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어린이집 실태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 지자체나 어린이집연합회 등 보육관련 관계자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지역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우선 보육교사들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자. 사회복지과에 따르면 광양지역 어린이집 현황은 총 152개소로 보육교사는 1051명, 원생은 81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1명당 어린이 8명을 돌보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민간 어린이집 교사의 평균 월급은 122만원, 국공립 어린이집은 163만원이며 초임 민간 어린이집 교사 월급은 109만원 선이다. 보육교사들은 추가수당도 없이 하루 평균 11시간 가까이 아이들과 씨름하며 임금에 비해 턱 없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CCTV 설치가 부족하다며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광양에 있는 어린이집 약 152개소 중 23%에 해당하는 CCTV가 설치된 곳은 35개소뿐이다. 이중 국ㆍ공립 어린이집 9개소에서 8개소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전국 4만4000여개 어린이집 중 20% 정도가 CCTV를 설치했는데 광양지역도 전국 평균 설치 비율과 비슷하다. 이처럼 CCTV 설치율이 낮은 이유는 설치비용은 개인이 부담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가시방석같은 보육교사 자리

지난 20일, 지역내 한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이 찾아와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상세히 살펴봤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고, 어린이집으로서는 의심과 감시로 여겨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 파문이 커지면서 보육교사의 명예도 실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졸업 후 어린이집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A씨는“몇몇 보육교사의 잘못임에도 사람들은 모든 보육교사를 똑같이 본다”며“학부모들은 오고 가며 뉴스에서 나온 학대 이야기를 하면서 온갖 소문과 추측이 꼬리를 물고 퍼지면서 보육교사들을 의심하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A씨는“보육교사들은 지금도 조용히 아이들을 돌보며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더 난리”라며“그만두라는 지인들의 성화에 보육교사로서 자긍심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어린이집 원장 식구들은 원장에게 선생관리 잘하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한다”며“임금이 적지만 아이들이 좋아서 보육교사가 된 건데 지금은 후회막심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A씨는 이어“언론에서 뭇매를 맞고 보육교사에 대한 따가운 여론 때문에 이 직업이 지금은 창피하다”면서“어디 가서라도 보육교사라고 말도 못꺼낸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부모“내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할 뿐, CCTV 확대 못할 이유 없어”
 
보육교사들이 이처럼 어려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학부모들은 보육교사 폭력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행여 내 아이가 당하고 있지 않은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의 심정은 매 한가지 인 것이다.

학부모 B씨는“보육교사가 아이들에게 떳떳하다면 CCTV 설치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결국 최근 발생한 사건들이 결국 부모가 감시자가 되게끔 만든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 학부모는“선생님만 믿고 맡기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해달라”며“학부모를 단지 감시자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을 더 예뻐하고 사랑으로 보살펴주면 학부모들과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CCTV 설치의 명암

어린이집마다 CCTV를 설치하고 학부모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경우 아동학대에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 학부모들의 집중 점검으로 보육교사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뿐더러 사실상 감시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보육교사는“처우 개선도 없이 CCTV를 설치해 모니터링하는 것은 우리를 감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이럴 경우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전화와 간섭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일부 보육교사들의 잘못도 있지만 과연 CCTV가 만병통치약일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설치를 한다 해도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는 막을 방법이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양시, 이번 주부터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특별점검

광양시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보육교사 폭력이 행여 지역에도 발생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는 이번 주부터 보육업무 관계자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특별점검에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설 명절 전까지 어린이집 긴급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라며“학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모니터링단 운영을 확대해 아동학대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모니터링단은 10명 정도 구성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아이들 폭력과 관련한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다”며“아동학대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점검해 우리지역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