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신앙 붕괴되고 있다
교육신앙 붕괴되고 있다
  • 광양뉴스
  • 승인 2015.04.20 13:30
  • 호수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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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순천 동산여중 교장>
우리나라 교육은 명문대학 입학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명문대학을 나와 취업을 해도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고학력 워킹푸어’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중산층은 여전히 교육을 통해 자식 세대들에게 중산층 지위를 물려주려 하고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교육을 통해 중산층이 된 부모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부모들의 교육 신앙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중산층 형성과 재생산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부의 대물림 과정에 있어 미국 영국 스웨덴에 비해 부모의 소득이 미치는 영향은 작았지만 교육은 영국 다음으로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의 대물림(세대 간 소득 이동)에서 교육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보면 영국이 49.6%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국(48.2%) 미국(44.7%) 스웨덴(40.7%) 순이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교육은 여전히 중산층 지위의 세습과 이탈을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다만 일자리가 줄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중산층 부모들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자녀의 사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교육에 최우선적으로 돈을 쓰다 보니 소득이 적어도 교육비는 줄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비가 초중고교 자녀를 둔 가구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소득이 낮은 그룹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하위소득의 20~40% 가구는 소득의 11.5%를 교육비로 쓰는 데 비해 상위소득의 20~40% 가구는 10.6% 정도를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육에 투자를 해 자녀의 학력은 높아졌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과거보다 교육의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34세 이하 직장인 중 고졸자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비율이 1980년 2.4%에서 2011년 23.4%까지 올라가는 등 교육에 대한 투자가 노동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는 삶의 질을 희생해 가며 사교육에 투자해 자녀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얻도록 했지만 자녀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들어서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서울의 유명 사립대 철학과를 나와 프랑스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한 강사는 2년째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다.

시간당 5만 원 정도를 받고 주당 6시간을 강의하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20만 원 안팎이다. 태어난 지 10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대형마트의 캐셔(현금수납원)로 일하겠다는 아내를 간신히 설득해 아이를 돌보도록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아버지로부터 한 달에 100만 원가량을 지원받는 덕에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버지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 곧 퇴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박사 학위가 있어도 전임교수 자리가 나지 않는 이상 세금을 떼고 연간 10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생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내 자식의 경우도 아버지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집안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았지만 아버지 정도의 중산층 삶을 꿈꾸는 게 사치스럽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 과정도, 노동시장도 다양화해 청년들이 단순히 교육수준보다는 경험과 관심사에 따라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을 잘 분석하여 이를 적용하여야 할 곳은 중학교 과정의 교사들이다.

고교 진학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자신이 대학을 나와 취업한 생각으로 지금의 세대들을 지도하는 방향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성적 상위층 학생들이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살려 특성화고를 졸업하여 취업을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취업을 한 후에 더 공부하고 싶은 동기와 의욕이 생기고 도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공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전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