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스승의 날’
다시 생각하는 ‘스승의 날’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0:03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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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그러나 기존 스승의 날을 한 학년이 끝나는 시점인 2월로 옮기자는 의견과 이 날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스승의 날 선물에 대해 감사와 존경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데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이번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예년처럼 휴교를 검토하는 학교도 늘었을 것이다. 촌지나 고가의 선물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골치 아픈 날쯤으로 잘못 변질된 스승의 날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세태가 변해도 참스승의 의미와 스승의 날의 진정성이 빛바래지 않아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마치 학교가 촌지의 온상이나 부정의 복마전처럼 비쳐진 점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주는, 작지만 정이 듬뿍 담긴 선물에조차 뇌물의 덫을 씌워 도매금으로 치부되는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학부모가 주는 과도한 선물은 '내 자식을 잘 봐달라'는 대가성일 수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꽃이나 간소한 선물까지 원천 차단하는 것이 꼭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는 더 생각해봐야 한다. 교사들에게 금지된 선물을 학원 강사에게는 주는 풍토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사회의 뼈아픈 단면이기도 하다.

물론 '운동' 차원이 된 촌지 문제에 관해서는 교육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선물도 아예 못 받게 하느니보다 어느 정도의 선까지 허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폐해는 철저히 막아 좀이 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든 스승의 날이 합법적으로 촌지를 주고받는 날처럼 변질된다면 이는 안 될 말이다.

만일 촌지와 선물 때문에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금지시키고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면 생일상 차리기 어려워 생일 없애자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스승의 날을 교사가 오해받고 부모에게 부담스러운 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스승에 대한 진정한 신뢰와 존경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입력 : 2005년 05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