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잘 하려면 한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 잘 하려면 한국어를 잘 해야
  • 광양뉴스
  • 승인 2015.07.31 20:10
  • 호수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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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순천 동산여중 교장

한국은 영어를 잘 해야 한다. 보통 영어 실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나라이다. 그래서 유치원부터 야단법석이다. 잘 안 되는 영어를 공부하느라 사교육비와 많은 시간이 투자되고 있다. 이미 중학생 시절에 영어를 포기한 학생들도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영어를 잘하려면 한국어를 먼저 잘 가르쳐야 한다. 한국교육 현장에는 보조교사라 하지만 교사 자격도 없는 원어민한테 영어교육을 맡기는 행위는 국가의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국가가 돈은 없다는데 이들 채용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우리보다 교육이 잘 된다는 핀란드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기는 한다. 하지만 문법을 뼈대로 하고 어휘 교육을 다음으로 치고 있는 현실이다. 또, 가장 중시하는 것은 쓰기이다.

이는 한국의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방식과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영어의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핀란드어와 비교해서 가르친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치면 동명사는 한국어의 명사형, 전치사는 ‘~에, ~에서, ~로부터’와 같은 조사와 비교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이해하기 쉽고,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를 많이 그리고, 대학까지 오랫동안 배운 사람에게 동명사나 분사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물어도 모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일부에서 몰입교육을 해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부모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술책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문법책이 없으며, 한국인에 맞는 제대로 된 영문법 책이 없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영문법은 일본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었다. 영어에는 있지도 않은 5형식이나 외우라고 아직도 시키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가 서로 다른 언어이지만 알고 보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 그래서 한국어를 잘하면 영어도 잘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핀란드 초등학생들은 철저하게 모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핀란드어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당연히 한국어를 잘 한다고 해서 무관심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대학입시를 앞두고 논술학원을 보내는 열성을 보인다.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모국어로 글을 못 써서 따로 돈을 들여 학원을 다니는 나라가 있는가 보자.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교사들의 애국심이다. 인구 500만명의 작은 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개개인이 자기 몫을 다해내는 것이며, 만일 지적이든 정신적이든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이는 국가, 즉 교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간주할 정도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가르치는 정신이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 핀란드에서 선생님은 한국에서 온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핀란드어를 잘 못하면 교사가 학부모를 부른다고 한다. 아이가 핀란드어를 몰라 돌보기 힘들다면서 자기가 한국말을 배워 아이를 돌볼 터이니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그만큼 외국어를 배우려면 한국어가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지금까지 한국어를 소홀히 하고 외국어에만 집중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