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립미술관의 성공적인 건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역 출신 미술 전문가들에게 듣는다<1>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
<기획-도립미술관의 성공적인 건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역 출신 미술 전문가들에게 듣는다<1>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
  • 김보라
  • 승인 2015.11.09 11:31
  • 호수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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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술관장과 운영진 구성해 건립 절차에 관여해야”
조진호 관장

옛광양역사 부지 1만7465㎡에 전남도립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남도와 광양시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예산을 수립중이다. 시는 당초 300억원으로 예상됐던 건축비를 400억원 정도로 확대할 것을 도에 건의했고 도는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시는 의회에 시비 120억을 투자하기 위한 예산 수립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예산이 확정, 편성되면 실시설계 등을 거쳐 본격적인 건립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전남도립미술관의 성공적인 건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 광양 출신 미술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전문가들은 전남도립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한 후 그에 걸맞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관이 주도하는 것보다 미술관장을 비롯한 전문운영진을 먼저 구성해 모든 건립 절차에 관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편집자주>

전남도립미술관으로 광양을 결정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광양은 경상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미술 문화의 동서 교류나 화합의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술관의 콘셉트(개념, 정체성)’인데 이도 없이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대미술관일지 박물관일지 지역 미술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갈 것인지를 건물 짓고 결정하면 늦다. 기능자체가 다르므로 건물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좁은 시각에서 보면 멋진 건물 지어서 그림 가져다 걸면 미술관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현대  미술관의 흐름을 보면 이러한 박물관적인 미술관보다는 종합 미술 문화 교육기관으로써의 기능을 중시하는 편이다. 지역 미술문화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으로도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일례로 현대 미술관의 대표로 꼽히는 퐁피두 미술관은 작품을 보관하지 않는다. 작가가 작품을 위해 바닥을 파야겠다면 파주는 등 건물자체를 작품의 연장선상으로 놓고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또 작품을 보관하기보다는 전시가 끝나면 해체해 또 새로운 무엇인가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성 갖춘 미술관장 선정‘핵심’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남이나 광양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면서도 새로운 물결들이 들어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가 생길 수 있도록 기획단계에서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관장 선정이 가장 핵심이다. 관장 생각에 따라 미술관 색깔이 결정되기 때문에 외부개방형 공모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관장을 선정, 콘셉트 잡는 단계부터 건물 설계 등 모든 진행과정을 동참하게 해야 한다.

너무 공무원시각으로 가면 관료적인 미술관이 되고 너무 지역에 맡기면 지역미술관이 된다. 지역도 잘 알고 미술의 세계적인 흐름을 잘 아는 CEO형 관장이 들어와서 초창기에 미술관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려놓아야 한다.

건축비 400억원 정도로 건물 지으면 크고 좋게 짓기가 쉽지 않다. 미술관이 클 필요는 없지만 부대시설, 시민 편의시설, 체험공간이 많이 있는게 좋다. 국회의원 활용해 중앙 예산을 많이 가져와야 하며 포스코 등 기업의 기부도 이끌어내야 한다. 작품구입은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50억원이 어떻게 나온건지 모르겠다. 작품을 소장하는 이유는 그걸 이용해 교육을 하고 아카이브 조사를 하고 지역미술문화의 역사를 쓰는 데 있다. 후세에 전달해서 정체성 확립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도립미술관이니까 거기서만 볼 수 있는 대표작품이 있어야 한다. 초기 투자가 많더라도 미래가치가 있는 작품을 1년에 한 두점 구입해야 한다. 또 지역작가라고 무조건 사줄게 아니라 작품구입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작품을 구입해야 한다. 청년작가 작품은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 일정부분 꼭 구입해 줘야 한다. 생존의 문제기 때문이다.

사실 전시 외적인 부분에도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북경에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1년에 지역 작가를 4명씩 보내, 30명 넘게 키웠다. 이중 7~8명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있다. 또 서울에 GMA(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운영하고 있다. 도립미술관에서도 창작스튜디오 운영해야 한다.

딱딱한 미술관 벗어나야

도립미술관이라는 명칭은 딱딱하고 관공서적이다. 일본 동경 모리재단에서 하는 미술관은 모마, 서울 뮤지엄은 서마, 우리는 GMA다. 도립미술관도 현대적인 명칭이 필요하다.

미술관은 동선이 중요하다. 한번 들어오면 끝까지 둘러볼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요즘 현대미술관은 다 에스컬레이터 있다. 2층짜리를 짓더라도 에스컬레이터가 이미지 재고에 중요하다. 동선 보면 잘 된 곳은 편의시설, 휴식공간을 중간 중간에 두고 있다. 화장실이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 하나도 작가들을 통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면 명물이 될 수 있다. 우리도 공원에 지역작가들에게 공간과 제작비를 주고 작품 만들어보라고 한다. 많은 돈 안들이고 작품이 반영구적으로 설치되는 것이다. 이게 상생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전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어린이 1명이 오면 최소 3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미술관 운영적 측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또 어린이들은 놀거리만 있으면 하루종일 논다. 그럼으로써 미술관이 활성화가 된다. 미술관이 어떤 콘셉트를 갖든지 1/3 정도는 어린이에게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화 시대니 미술을 통해 힐링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버 상대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다. 실버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삶의 향기가 있다. 미술관에서 노인을 모셔다 그분 인생 이야기만 들어도 작품이 된다. 미술관에서 그림만 하라는 법 없다. 연극이든 문학이든 미술과 만나고. 삶의 경험을 음악, 그림, 연극으로 승화하면 콜라보레이션을 이룰 수 있다.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사회경제적 약자들도 미술관에 와서 편하게 그림 그리고 이야기하고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복지 차원이 아니고 같은 인간으로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자꾸 끌어내는 기회가 필요하다. 미술관이 삶의 이유가, 치료가 될 수 있다.

설계 전 선진 미술관 많이 가봐야 한다. 박물관적인 미술관은 루브루가 대표적이고 현대미술은 퐁피두센터 등이 있는데 상상할 수 없는 운영을 하고 있다.

일본의 가나자와 미술관을 참고했으면 좋겠다. 원형의 건물은 미술관을 한번 들어오면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들고 사방에 출입구를 둬 고정관념을 깼다. 공원과 연결돼있으며 지하는 유료지만 지상은 거의 무료이기 때문에 시민과 아주 가까운 미술관이다. 건축하는 사람은 건물 보러오고, 미술하는 사람은 작품 보러오고, 시민은 놀러 온다. 미술관은 그래야한다. 근엄하고 권위적이면 안된다.

타이페이 시립미술관은 컨테이너 박스 쌓아놓은 것 같은데 옆에서 찍으면 야경이 아름답다. 현대 미술모델로 많이 나왔다. 전시장도 전시장이지만 체험공간이 많다. 음악, 미술, 모든 걸 다한다. 그렇게 해야 시민들이 많이 찾아온다.

도립미술관 예정지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주변을 공원같이 잘 꾸며놓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부담 안 갖고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는 곳. 짧은 시간 안에 사랑받긴 힘들겠지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시민과 함께 하는 미술관이 되길 바란다.

작가들 창작활동 적극 지원 필요

사라실 예술촌은 다양한 활용방법에 있겠지만 이외수 작가처럼 유명한 외부작가를 초대해서 상주하도록 하고 홍보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아니면 작가들의 빌리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만 해주고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운영하고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매월 작업성과가 나와야 한다. 작품 몇 점 만들어서 몇 번 전시하는 그런 표면적인 성과 말고 작가가 지속적인 창작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역민들과 부대끼며 소통하는 것과 같은 성과를 말한다.

광양 5일 시장이 있는데 광주 대인시장을 모델로 입주 작가들이 시장에서 같이 예술 마켓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벽화 그리고 행사하고 작품 팔고 상인들에게 문화 예술을 교육하기도 하고, 예술촌은 그런 식으로 상권과도 연결해서 활성화할 수 있다. 경험있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

요즘 미술은 유명 작가들이 전시공간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돌며 현지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음악, 연극, 미술 등이 협업하고 외국작가들이 편안히 와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하길 바란다.

전시할 때 우리랑 같이 해도 된다. 세계적인 화가를 협력해서 모셔오면 예산도 적게 들고 효과는 많이 볼 수 있다.                                   
 

조진호 관장

·1952년 광양 출생
·조선대학교 미술교육학과 졸업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초대 공동회장(1989년)
·광주미술상 운영위원회 사무총장
·현 광주시립미술관장(201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