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 미술 전문가들에게 듣는다<2> 우제길 미술관|우제길 작가·김차순 관장
지역 출신 미술 전문가들에게 듣는다<2> 우제길 미술관|우제길 작가·김차순 관장
  • 김보라
  • 승인 2015.11.13 20:25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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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술관,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을 지으면 좋겠다 ”


<편집자주>옛광양역사 부지 1만7465㎡에 전남도립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남도와 광양시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예산을 수립중이다. 시는 당초 300억원으로 예상됐던 건축비를 400억원 정도로 확대할 것을 도에 건의했고 도는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의회에 예산 120억원을 승인 요청해 확정된 상태다, 앞으로 실시 설계 등을 거처 본격적인 건립 절차가 진행된다. 따라서 전남도립미술관의 성공적인 건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 미술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전문가들은 전남도립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한 후 그에 걸맞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관이 주도하는 것보다 미술관장을 비롯한 전문운영진을 먼저 구성해 모든 건립 절차에 관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왼쪽부터 김차순 관장과 우제길 작가

우제길 작가·김차순 우제길 미술관장

 21세기는 문화로 먹고 사는 시대라 생각한다. 광양에 도립미술관 건립이 확정됐을 때 조진호 시립미술관장 등 지역 출신 미술계 인사들이 연락해 지역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없을까 이야기했다.

광양은 빛광자를 쓰는 빛의 도시다. 또 철강항만의 도시니까 그런 산업도시와 어우러질 수 있는 건물이 세워져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술관 보러 크루즈를 통해 일본, 중국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도록 기획을 잘 해야 한다.

여기 김차순 관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운영까지 우제길 미술관을 직접 만들고 꾸미신 분이다. 이러한 전문가가 준비단계에서부터 함께 해야 한다.

광주광역시 동구 의재로 운림동에 위치한 우제길 미술관은 빛을 소재로 추상작품 활동을 하는 광주를 대표하는 우제길 작가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승효상 건축가와의 만남으로 완성됐다. 2001년 개관한 우제길 미술관은 2014년 승효상건축가의 설계로 새롭게 전시실, 교육실, 아뜰리에, 사무실, 야외 소공연장, 아트샵, 카페테리아 등 복합문화공간인 미술관으로 거듭 태어났다.

이동 동선에 따라 교차하는 크고 작은 길을 연결하는 통로가 소통의 창구가 되며, 내부 실내공간 안에 빛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세심한 배려로 완성된 직사각창문은 우제길 작가의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모티브를 제시해 보여준다.

크고 작은 길들을 따라 미술관 야외경관을 거닐면 만나게 되는 옥외전시장, 소 공연장을 중심축으로 연결된 바닥패턴, 한적한 시골길의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조경디자인은 우제길 작가의 조형물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고, 무등산의 경관과 함께 어우러진 운림지구의 중심축을 만들고 있다.

특히 빛의 화가인 나와 빛의 고장인 광주의 특징을 살려 동쪽에서부터 한 바퀴 둘러 봐도 해가 지지 않는 빛의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건물 앞 조형물 하나에도 무등산 서석대가 내려와 우리 미술관에 오방색의 꽃을 피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건물 자체가 멋있으니 홍보하지 않아도 방송국에서도, 쇼핑몰 모델들도 찾아와서 찍어간다.

우제길 미술관 전경.

지금까지 미술관을 보면, 관공서나 도립미술관 일률적으로 비슷하다. 관공서 냄새가 풀풀 나는 미술관 짓지 말고,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아름다운 미술관,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을 지었으면 좋겠다. 미술관이 커야 할 이유가 없다. 400억이면 충분하다. 규모보다는 조그맣더라도 예쁘고 실속있게 만들어야 한다.

작품 10점이 있어도 헤드 작품 한 점이 중요하다. 광양 출신 활동 작가들이 많지 않은데 도립미술관이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

우제길 미술관은 지역 예술 인재들이 찾아와 공연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자유롭게 쉬었다 가는 공간이다. 쇠퇴하던 광주 대인시장이나 인사동도 작가들이 들어가 생활하다보니 예술의 거리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곳도 우제길 미술관이 멋있게 세워지니 주변 건물이 하나둘 지어지기 시작하더니 땅값이 12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랐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많이 움직이면 작가들 스스로가 들어와 공방 이루고 벽화 만들기 등 재미있는 공공프로젝트를 기획, 창조해갈 것이다. 작가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립미술관도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고 작업실도 있는 멀티 종합 공간이 되길 바란다.

나오시마,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곳들은 보고 견문을 넓히고 토론회를 거쳐야 할 것 같다. 지어놓고 작품이 들여올 수도 있지만 작품을 들여놓고 그에 걸맞은 미술관을 만들 수도 있는 문제다. 앞으로 도립미술관 건립에 있어 심의하고 토론하는데 패널로 참여해 고향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우제길 작가

1942 광양 출신
1961 광주 사범학교 졸업
1987 광주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1989 전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95 제1회 광주비엔날레 최고 인기작가상
2003 예총문화상 미술부문 대상
2003 광주시민대상 예술부문 수상
광주광역시전 심사위원
전라남도전 심사위원
무등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감사
광주현대판화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