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소방의 날을 맞이하면서…
53회 소방의 날을 맞이하면서…
  • 광양뉴스
  • 승인 2015.11.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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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안 광양소방서 현장대응단장
최형안 광양소방서 현장대응단장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30여년간 현장에서 뛴 소방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보람된 일이 참 많았다.

꺼져가는 생명을 구조, 소생시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소방 본연의 업무이나 그 가족으로부터 기뻐하며 감격의 눈물로 전화 한 통을 받으면 그만큼 보람되고 큰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만큼 사명감이 더 깊어지고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

누군가 필자에게 2015년 한해 동안 소방업무를 수행하면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공공기관의 소방안전 의식이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지난 7·8월경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과 검찰청 지청에 대한 소방훈련과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했었다. 지난 몇 해 동안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을 겪었던 터라 그런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달라진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원장님과 지청장님 이하 모든 직원분들께서 소방기구를 직접 조작해보는 등 소방훈련에 동참 할 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친 후 회의실에서 진행된 소방안전교육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귀 기울여 교육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보람을 느꼈다. 물론 순천지역 관공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소방훈련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우리 속담에‘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수 백 명의 학생들이 피지도 못한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갔다. 그렇게 어린 생명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내면서 우리는 그토록 목이 터져라 ‘안전’을 외쳤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돌고래호 전복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한 격이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회전반에 걸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2012년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안전체감도가 낮은 국가는 안전중시도가 높은 반면, 안전체감도가 높은 국가는 안전중시도가 낮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안전체감도 15개국 중 12위, 안전중시도 15개국 중 13위로 자신의 주변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안전함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이중적인 의식구조를 가진 표리부동 아니겠는가! 안전불감증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에 나와서까지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라.‘내가 얼마나 안전교육을 충실하게 받아왔는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소방안전교육시간은 학생들에게는 수업을 하지 않고 놀 수 있는 시간, 직장인들에게는 업무를 잠시 쉬고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시간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는가. 안전불감증은 이렇게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졌고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사회도 언젠가 안전의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만 당부 드리고 싶다.

먼저 안전은 문제가 발생 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 대충하자’라는 생각보다‘언젠가 내가 또는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소방안전교육과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많이들‘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을 인용해 어린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강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안전교육의 중요성도 모르고 실천하지 않는 어른들이 가르치는 안전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 아니던가. 때문에 어른들부터 소방훈련이나 교육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자세로 안전교육을 받아 아이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직장 내 구성된 자위소방대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소방업무는 골든타임이 생명과 같다. 가령 심정지 환자는 4분만 경과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생물학적 사망에 빠지게 된다. 또한 화재가 난 경우, 건물 안에서의 연기 이동 속도는 초당 3~4m로 빠르다. 때문에 유독성가스가 빠르게 확산되므로 사람이 순식간에 질식해 생명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직장자위소방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어진 역할과 임무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를 해서 귀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업체나 기관단체에서는 직장내 구성된 자위소방대의 운용능력을 꾸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위소방대원들은 자위소방대라는 위치가 그냥 그저 형식적 구성원이 아닌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책임진다는 무거운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언제나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즉,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서 안전에 대한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항상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처럼 온 국민에게까지 안전 문화가 확산되어 모든 사람들이 생활 속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