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논란에 관하여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논란에 관하여
  • 광양뉴스
  • 승인 2015.12.04 21:21
  • 호수 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동용<서동용법률사무소 변호사>

 

서동용<서동용법률사무소 변호사>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질병의 경우 발병 후 조속한 조치가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점을 많이 경험하였는데,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1, 2차 의료기관을 내원한 경우 정확한 진단을 하고 곧바로 대학병원 등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하였느냐 가 의료기관의 과실을 판단하는 중요 근거 중 하나가 된다.

 의료기관의 과실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도 이런 문제는 우리 지역에 산재해 있다. 광양시 어느 면에서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 환자가 발생했다고 치자. 119 구급차로 지역병원으로 이송하였다가 응급조치 후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인 전남대학교 화순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데 총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는 비단 광양시의 문제만이 아니다. 순천시 주암면이나 황전면, 여수시 삼일면이나 화양면도 마찬가지다. 광양, 여수, 순천, 구례, 고흥, 보성 등에 거주하는 약 90만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전남 동부지역에 대학병원이 절실하다.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이유이다.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는 순천시민의 오랜 숙원이었으나 성사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작년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이정현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고서부터다.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임을 강조하며 자신을 뽑아주면‘예산 폭탄’을 투하하고 순천대 의대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공약만으로 결정되는 일은 아니지만, 이정현 의원의 경우에는‘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어서‘예산 폭탄’도 가능하고‘순천대 의대 유치’도 가능하다는 논리적 접근을 하였다는 면에서 이를‘단지’공약이었다고 치부하기 힘들다.

 분명 위 논리는 1988년 이후 26년만에 처음으로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런데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 이정현 의원은‘국립보건의료대학 유치’라는 새로운 카드를 가지고 나타났다.

 지난 5월 이정현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하고 김을동 의원을 포함한 48인이 공동 발의한‘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공공보건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산하에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을 설립하고, 국립보건의료대학의 학사 학위를 수여받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0년 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새로 설립될 국립보건의료대학은 교육부장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설치하고 관리·감독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국세청 산하의 세무대학처럼 특수한 형태의 대학이다. 즉 이정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은 순천대에 의대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지난 27일에는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바른 길 찾기’라는 제목의 공청회가 열렸는데 이정현 의원도 참석하였다. 순천대 의대가 아닌 새로운 의과대학 설립 법안을 제출한 이정현 의원이 이러한 제목의 공청회에 참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에 관하여 이정현 의원은 아래의 문제에 대해 답을 하여야 한다.

 첫째,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를 포기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최근에 일고 있는 상당한 논란은 이정현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의 내용과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가 같은 것이거나 또는 양립(兩立) 가능하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둘째, 이 법률안이 통과되어 국립보건의료대학이 설립되는 경우, 이 대학을 순천에 유치할 수 있다는 확증이 있느냐에 대해 답을 하여야 한다. 이정현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므로 다른 사람은 못 해 낸 순천대 의대 유치를 할 수 있다고 하여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가 순천대 의대 유치에 실패한 이상,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순천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이정현 의원보다‘더 핵심’인 측근들이 즐비한 새누리당 내에서 더 힘 센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로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 이를 어떻게 이겨내고 순천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인지 답을 하여야 한다.

 셋째, 주지하다시피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의과에 예과로 구분된다. 예과 2년 동안 생물학, 화학, 생화학 등  기초 학문들을 배우고 난 후 의과 4년 동안 본격적으로 의료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립보건의료대학의 경우 의과만을 전제로 하는 특수대학이다. 예과를 공부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이과대학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한 답을 해야만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대학병원 유치를 통해 순천대 의대 유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고 비로소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 문제를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그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현혹할 계획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거듭 말하지만 대학병원 문제는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고, 광양을 비롯해 여수, 구례, 고흥, 보성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