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전 공모전 수필 부문 우수상 수상작> 추억속의 당신
<승강기 안전 공모전 수필 부문 우수상 수상작> 추억속의 당신
  • 광양뉴스
  • 승인 2015.12.11 20:58
  • 호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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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웅 조선대 경제학과 3학년(중마고 졸업)
이철웅 조선대 경제학과 3학년(중마고 졸업)

여느 다른 날과 다를 게 없는 날, 집에 가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그대의 등에 올라섭니다. 별 생각 없이 번호를 누르고 그대에게 업혀 오르는 동안 들린 평소 느끼지 못했던 그대가 로프를 잡고 오르는 소리가 오늘따라 거친 숨소리처럼 느껴집니다.

순간 나는 당신의 거울눈동자를 바라보자 반대편 거울눈동자에 연이어 반사되어  이어지는 나의 모습을 통해 그대와 나, 그리고 이곳에서 그대가 함께한 모든 사람들의 모습과 시간을 비추었고 나 자신을 그 시간에 올려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침의 그대 모습은 빨리 빨리를 외치며 서둘러 등교하려는 학생들의 재촉, 그리고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 많은 순수한 학생들을 안전하게 등교시키기 위해 그들을 등에 업어 내려갑니다.

잠시 후 가족을 책임지려 나서는 아버지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가족을 위해 오늘도 뛰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그대 앞에 멈춥니다. 그대는 가족을 위해 회사로 나아가는 아버지들을 위해 진군하는 장수의 말처럼 아침햇살과 열리며 내리는 문은 아버지들이 더욱 힘을 내어 출근하게 도와줍니다.

잠시 후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며 그대에게 뛰어오는 아이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올라타서는 그대의 등 위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떠들어댑니다.

그대는 아이들의 뜀박질과 시끄러운 소리에 순간적으로 몸이 흔들렸지만 이내 아이들을 부모의 곁으로 안전하게 보내기 위한 마음에 로프를 더욱 강하게 잡고 올라갑니다. 해가 저물어가니 아침에 나갔던 학생들이 돌아오는군요.

학교라는 전장에서 피로하였는지 가방을 멘 어깨가 더욱 쳐진 채 걸어오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말하는 학생들. 그들 중 일부는 그대에게 서슴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침을 뱉었으나 그대는 학생들을 꾸짖지 않고 또다시 그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내주기 위해 높은 곳을 묵묵히 오릅니다.

그리고 오늘도 가족을 위해 뛰어 땀에 셔츠가 젖은 아버지들이 걸어오네요. 아버지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대 앞에 서서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곤 가족들에게 지친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거울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웃는 표정으로 땀을 닦으십니다.

아버지의 지친 두 다리를 잠시나마 쉬게 하기 위하여 그대는 다시 한 번 지친 이를 등에 업고 로프를 오릅니다. 늦은 밤이 되자 술에 취한 사람 한명이 비틀대며 그대 앞에 섭니다. 그대는 중심을 잃은 그 사람을 친구들의 어깨처럼 부축하며 또다시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로프를 잡습니다.

취객은 처음엔 그대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하였지만 잠시 후 힘든 일이 있었다며 힘들었던 삶의 야이기를 당신에게 풀어 놓습니다. 그대는 묵묵히 들어주며 기운 내라는 듯이 설치된 광고용 TV영상을 통해 영상과 음악을 들려주며 친한 친구처럼 따뜻한 어머니의 품처럼 그를 보듬고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줍니다.

당신의 고독한 희생의 시간 속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보았습니다. 친구처럼 우리와 함께하고 불편한 분들에게는 어머니처럼 갓난아이를 업고 움직이듯 그들의 발이 되어 주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 그 곳에서 항상 함께하는 에베레스트의 도우미 세르파처럼 당신은 말없이 우리들을 품어내고 짊어지며 오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무얼 위해 그동안 이 높은 곳을 오른 것 입니까. 고작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다른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고 당신이 중심을 잃을까 문에 기대지 않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시끄럽게 뛰지 않도록 하는 것뿐입니다.

겨우 당신의 품 안에서 당신을 소중히 하는 것뿐이란 말입니다. 잠시 후 당신은 말없이 문을 열어 문 앞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순간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문 밖은 느끼지 못하고 있던 삶이였습니다. 우리는 알아주는 이 없다며 자신의 삶만을 원망하고 투정부렸으나 그대가 옆에서 친구처럼, 어머니처럼 묵묵히 희생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대는 우리의 삶속에서 아주 조용히 함께 해왔습니다. 나는 왜 항상 남만을 탓해왔을까요. 그대가 항상 옆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그대에게 부끄럽습니다. 그대 같은 이를 만나 오늘도 편한 삶을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나 또한 그대처럼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그리고 겸손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대 품속에 평생을 함께 해온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부르며 내일을 청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승강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