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업, SNS 마케팅으로 경쟁력 갖추자> ‘햇빛 즐기는 마을’ 정읍 양형두 씨의 SNS 성공기
<위기의 농업, SNS 마케팅으로 경쟁력 갖추자> ‘햇빛 즐기는 마을’ 정읍 양형두 씨의 SNS 성공기
  • 이성훈
  • 승인 2016.04.29 19:44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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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ㆍ페이스북에 행복 담아 … 농산물, SNS로 90% 이상 판매

“학창 시절엔 소위‘꼴통’이었죠. 허허~ 정읍에서 짱으로 이름 좀 날렸거든요. 그렇다고 양아치는 아니고 약자를 괴롭히는 놈들을 많이 혼내줬습니다”

젊은 농부 양형두 씨

전북 정읍시 구룡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젊은 농부 양형두(45) 씨. 양 씨는 정읍에서‘햇빛 즐기는 마을’로 통한다. 복분자를 비롯해 오디, 백향과, 여주, 청외장아찌, 아로니아, 꾸지뽕, 고구마, 대봉, 칡즙 등 다양한 농사를 짓고 있다.

양형두 씨는 원래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30대 중반까지 익산에서 요식업을 하며 꽤나 돈좀 만졌다.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5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남부러울 게 없었던 그는,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좀더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연고도 없는 서울에 투자를 하다가 문제가 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쪽박을 차고 말았다.

빈털터리에다 오갈데가 없었던 양 씨는 결국 2009년 쯤 고향인 정읍으로 다시 내려왔다. 하지만 학창 시절 문제아였던 것만 기억하는 고향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몇 달간 생활해야만 했다. 양 씨는 “잘나가던 시절에는 친구들이 늘 가득하더니 사업에 실패하자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며“삶의 회한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소회했다.

부모님이 주는 생활비로 근근이 생활하던 양 씨는 벌목작업을 하며 조금씩 고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목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한겨울에 전기톱을 들고 벌목작업을 할 때면 온 몸이 금방 땀에 젖는데 잠시 쉴 때면 추위에 속옷이 얼어버릴 때가 많았다”며“벌목은 너무나 힘들었던 작업이었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집에서 일을 하며 조금씩 마음을 잡은 양형두 씨는 농업에 관심을 가져 보라는 동네 지인의 배려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농사지으며 SNS에 관심

양형두 씨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010년경이다. 하지만 농산물을 생산해보니 판로가 문제였다.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던 양 씨는 농산물 판매에 꽤나 고생했다. 그러다가 농업기술센터에서 블로그를 배우며 SNS를 접하기 시작했다. 양 씨는 처음엔 SNS의 효력을 믿지 않았다. 컴퓨터를 전혀 하지 못하고 스마트폰도 없던 까닭에 SNS로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양 씨는 스마트폰을 구입해 카카오스토리를 개설하고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는“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카스를 통해 일상생활을 공유했는데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또 다른 세상을 접하며 SNS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농산물 판매는 생각도 못했다. 양 씨는 “지인이 SNS로 물건을 판매해보라고 권유했지만 섣불리 나서지 못하자 주변 사람들이 대신 팔아주기도 했다”며 “그러다가 고구마 두 박스를 직접 판매했는데 이게 저의 새로운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인연들...이제는 가족처럼 소중한 친구

양형두 씨는 이후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사진과 글을 올리며 얼굴을 모르는 수많은 친구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양 씨는“카스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할때는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며“여기에 칡즙, 꾸지뽕 등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자 재미를 붙여 글을 매일 올렸다”고 말했다. 양형두 씨는 카스에 글을 올릴 때 물건 홍보는 하지 않는다.

그는“카스 친구들에게 장사 속보다는 삶의 이야기로 다가서니 더욱 친근한 사이가 됐다”며“제가 외로울 때 함께 이야기 나눠준 분들은 고객이기 전에 친구이자 이모ㆍ삼촌ㆍ형님들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양형두 씨가 생산하고 있는 각종 농산물들의 90% 정도는 SNS를 통해 판매된다. 그의 농장을 보려고 수도권에서 정읍까지 오는 친구들도 있다. 양 씨 역시 정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으로 단골들 집이나 가게에 찾아가며 친분을 다지고 있다. 고객들을 직접 찾을 때는 상대방이 부담이 가지 않을 만큼의 농산물을 선물로 가져간다. 직접 만나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양 씨를 더욱더 신뢰하게 되고 이들의 입소문은 저절로 양 씨의 농가 매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적 감각 돋보이는 이름 ‘햇빛 즐기는 마을’

양형두 씨 농장 이름은‘햇빛 즐기는 마을’이다. 보통‘00농장’으로 이름을 짓기 쉬운데 양 씨는 농장 이름에도 시적인 감각을 더했다. 그는“햇볕을 쬐면 얼굴도 타고 빨리 늙어서 개인적으로 햇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하지만 제가 키우는 농작물들은 햇볕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농장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다가‘햇빛 즐기는 마을’로 이름을 지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름 덕택일까. 양형두 씨의 농가는 이름에 대한 문의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농장 이름을 조금씩 바꿔 사용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흔쾌히 사용하라고 적극 권했다. 양 씨는“저 하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름가지고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며“부르기도 쉽고 왠지 따뜻함이 전해지는 이름인 것 같아서 고객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현재 양형두 씨의 카스 친구는 1000명, 페이스북 친구는 3500명 정도 된다. 이들 친구들이 일당백 역할을 하며 양 씨의 농산물을 적극 홍보해주고 있다. 양 씨는 SNS에 글을 올릴 때 계산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느낀 것, 보이는 것은 솔직하게 친구들에게 전달한다. 그렇다보니 정읍 사투리도 간간이 쓰면서 정겨움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양형두 씨의 농사에 대한 열정도 농산물 판매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복분자를 비롯해 10여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해마다 새로운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 씨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찾으며 변화하듯이 농민들도 항상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새로운 농작물을 선보임으로써 소비자 트렌드에 맞추고 소통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기 때문에 양 씨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농산물에 항상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본다. 양 씨는“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들을 도와줬던 덕택에 이제는 제법 잘 나가는 그 친구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이래서 인생은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양 씨는“고객들과 약속은 철저히 지켜‘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앞으로도‘햇빛 즐기는 마을 양형두’는 정직한 땀방울로 가꾼 소중한 농산물을 고객들게 자신있게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