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이야기가 있는 지역문화 현장연수<1> 생산, 제조 및 가공, 유통, 관광까지 6차산업의 대표주자‘하미앙 와인밸리’
맛과 이야기가 있는 지역문화 현장연수<1> 생산, 제조 및 가공, 유통, 관광까지 6차산업의 대표주자‘하미앙 와인밸리’
  • 김보라
  • 승인 2016.06.10 20:56
  • 호수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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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들어 농어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6차 산업’이다. 6차 산업이란 생산 단계의 1차 산업, 제조 및 가공 단계의 2차 산업, 이를 토대로 유통, 체험·관광 등이 이뤄지는 3차 산업을 모두 융복합한 산업을 말한다.

1ㆍ2ㆍ3을 더해도, 곱해도 모두 6이 나오기 때문에 6차 산업이라 부르는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최근 무너져가는 농어촌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농수산물을 수확ㆍ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농수산물을 가공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를 넣고 이야기를 담아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전국 지자체별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의 ‘맛과 이야기가 있는 지역문화 현장연수’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지자체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지역 특산물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리산 자락 그 중에서도 골짜기 중의 골짜기로 꼽히는 경남 함양군의 조용한 시골마을이 최근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오래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주인공은‘하미앙 와인밸리’.‘하미앙 와인밸리’는 영농기업 ㈜두레마을(대표 이상인)의 머루와인 브랜드‘하미앙’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유럽풍 산머루테마농원이다.

산골짜기의 조그마한 기업이지만 2012년 5000여 명이던 방문객은 2013년 1만 5000여 명으로 늘었고, 2014년 5만 명에 육박하더니, 지난해에는 7만 명을 넘어섰다. 향후 관광객 10만 명 유치를 공공연히 장담할 정도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한참이나 달려 도착한‘하미앙 와인밸리’는 웅장한 지리산 줄기 해발 500고지의 1만평 규모 평원에 아기자기한 정원과 유럽풍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잔잔히 귓가를 간질이는 샹송과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구경하는 데도 순서가 있다. 입구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홍보관에 들러‘하미앙 와인밸리’에 대한 소개 영상을 관람하는 게 첫 번째다. 소개 영상에서는 산머루 농사에서 시작해 와인 등 가공 식품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하미앙’브랜드의 탄생 배경, 성장과정 등이 잘 담겨져 있다.

하미앙 와인밸리의 이상인 대표는 “프랑스 부르고냐 지역의 샤또 부르고냐와 보르도 지역의 샤또 보르도처럼 지역명‘함양’을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풀어‘하미앙’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미앙’을 알고 이해하게 되자, 자연스레 홍보관 곳곳에 진열된 상품들에 눈길이 가게 된다. 안내를 맡은 직원에게 시음과 판매에 관해 문의하자, 직원은“와인은 아는 만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기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우리를 와인저장고로 안내했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와 숙성, 이 과정에 따라 와인의 맛과 가격에 차별화가 생긴다.

가장 훌륭한 마케팅은 잘 만들어진 ‘상품’

와인저장고에는 생산년도가 표시된 숙성탱크가 줄지어 있다.

안내원은“과육상태로 1차발효한 산머루를 원액으로 만들어 2차 발효한 후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맑은 액을 만든 후 3년 이상 저온 숙성과정을 거쳐 하미앙 산머루 와인이 탄생한다”면서“1개의 탱크 당 750ml 기준 와인을 1만 5000병 담을 수 있는데 이곳에는 20여개의 탱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장수식품으로 선정된‘산머루’는 해발 500고지의 서늘한 기후에서 자생하는 산포도로 항독물질이 많이 함유돼 피를 맑게 하고 독소를 제거하는데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하미앙은 게르마늄 토양과 일교차가 커 양질의 산머루를 재배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충분한 지리산 인근 농가 50여곳과 계약 재배를 통해 100%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산머루를 원료로 사용한다.

저장고를 나와 찾아간 와인동굴에는 1통에 300병의 와인이 들어가는 오크통 100개와 와인 3만병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오크통은 오크의 탄수화물 성분으로 인해 와인의 맛을 안정시키고 입안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오크의 탄닌과 와인의 탄닌이 결합돼, 와인을 장기 숙성하는데 꼭 필요한 떫은 맛을 조절하고 강렬한 맛을 나게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나무의 색이 와인에 용해되어 진해지고 선명해지며 로스팅 과정에서 바닐라코코아초콜릿향, 연기냄새, 스파이시향 등 오묘한 향을 만들어 낸다. 또 오크통은 통풍에 유리해, 깊은 맛의 와인을 탄생시킨다. 오크와인은 병에 담아 코르크 마개로 막고 뉘어서 장기간 보관하는데 산머루와인은 장기숙성용으로 적합한 와인이다.

 보고 즐겼으면 경제적인 효과로 이어져야

 웅장하고 시원한 동굴에서 나와 카페로 올라갔다. 카페에서는 시음과 판매가 이뤄지며 돈가스, 비빔밥, 빵 등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카페 곳곳에 전시된 그림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눈까지 즐겁게 만들어준다. 나만의 와인만들기, 와인족욕하기, 산머루 비누 및 쿠키, 모자이크타일액자, 냅킨벽걸이시계 및 탁상거울 만들기 등 20여가지 체험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하미앙은 주로 와인쇼핑몰을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되지만, 농장을 찾아 시음 후 구매하는 비율이 더 높다. 실제 직접판매비율을 보면 2012년 15%에서 지난해 60% 정도로 높아졌고, 그에 따라 수익률도 15%에서 45%로 수직 상승했다.

하미앙 와인밸리에서 2시간여의 관람을 마치면 분위기와 맛, 향에 취해 소비자들이 저절로 지갑을 열게 마련이라는 후문이다.

 세계적인 와인 및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

 질 좋은 상품과 참신하고 훌륭한 마케팅을 앞세워‘하미앙’은 6차 산업의 우수사례로 꼽히며 6차산업 전국대회 금상, 농림부장관표창, 대한민국 신지식인상을 수상한데 이어 농업발전을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하미앙 산머루 와인’자체도 2007년 국제와인대회(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와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이상인 대표는“10여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남은 건 수억원의 빚, 벼랑 끝에서 산머루를 만나 희망을 봤고,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 농업을 견학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와인’이라는 상품을 관광과 접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1년 사시사철, 오감이 즐거운 여행 코스를 개발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하미앙 와인밸리’를 만들어 우리의 전통 자원인 산머루로 만든‘하미앙’와인의 세계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