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년 전통의 가양주 ‘솔송주’와 조선 성리학자 ‘일두 고택’
530년 전통의 가양주 ‘솔송주’와 조선 성리학자 ‘일두 고택’
  • 김보라
  • 승인 2016.06.17 21:50
  • 호수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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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이야기가 있는 지역문화 현장연수<2>

지리산 자락의 청정지역 경남 함양은 예로부터 선비와 문인의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일두 정여창 선생이 나고 자란 곳으로 유명한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현재까지도 그의 후손들은 하동정씨 집성촌인 개평마을에 살고 있다. 개평마을은 개울이 마을을 감싸 안고 있어 지형이 개(介)자 형상이라 ‘개평마을’이라고 불렸다.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 빚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여창 문중의 자손들이 ‘솔송주’를 이어오고 있다. 솔송주는 하동정씨 문중에 대대로 내려온 530년 전통의 가양주다. 성종에게 진상한 전통 명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인간문화재인 박흥선 명인(무형문화재 제 35호,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7호)는 530년 동안 집안 대대로 이어온‘솔송주’빚는 법을 전수 받아 명가원을 설립, 이끌어오고 있다.

솔송주 문화관에서는 솔송주 빚기 시연부터 체험, 상품 판매까지 이뤄진다. 솔송주를 빚고 소줏고리에서 술을 증류하는 모습까지 박흥선 명인이 직접 시연한다. 솔송주의 재료는 찹쌀, 밀누룩, 솔잎, 송순, 엿기름이다. 고두밥과 밑술을 섞을 때에 그늘에 말린 솔잎과 송순을 함께 넣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밑술은 20도 미만에서 25일간 숙성시킨다.
 명가원에서는 13도의 ‘솔송주’와 솔송주를 증류시켜 만든 고급주 ‘담솔’를 판매하고 있다. 맑은 소나

솔송주를 증류해 40도의‘담솔’을 얻어낸다.

무라는 뜻의 담솔은‘2010 우리술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명가원은 고려시대에 널리 음용되었던 녹파주를 복원하기도 했으며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서 자라나 질 좋고 신선한 과실의 맛을 그대로 담아낸 복분자주와 산머루주도 판매하고 있다.

솔송주 문화관 바로 옆에는 일두 정여창(鄭汝昌) 고택(중요민속자료 186호)이 자리하고 있다. 정여창은 조선시대 세종52년(1450년)~연산군 10년(1504년) 때 대학자로, 김종직의 문하에서 배웠다. 1494년 성종 25년 안음현감에 부임, 연산군 세자 시절 스승으로 지냈으나 1498년 무오사화때 함경도 종성에 유배, 1504년 숨을 거뒀다. 정여창은 퇴계선생이 동방 4현의 한 분으로 추앙하던 유학자로 1610년(광해군 2) 문묘에 배향됐다.
 

지금의 건물은 대부분이 1570년대에 후손들이 중건한 것이다. 3천여 평의 대지에 12동(棟)의 건물이 배치된 남도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솟을대문에 5개의 정려편액이 걸려 있다. 사랑채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ㄱ’자형이고 납도리 3량가의 홑처마 맞배지붕집이다. 가늘고 긴 석주(石柱)를 초석으로 삼았으며,‘문헌세가(文獻世家)’·‘충효절의(忠孝節義)’·‘백세청풍(白世淸風)’ 등의 편액이 걸려 있다.

일두고택 사랑채

사랑채는 가장이 주로 머물던 곳으로 손님 접객을 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허백련 화백이 체류하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토지ㆍ백치 아다다ㆍ다모 등 각종 프로그램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랑채 끝 담장 아래에 석가산(石假山)의 원치(園治)를 조성하여 안에서 바라보며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측간, 즉 화장실이 사랑채에 붙어있다는 점인데, 손님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하동정씨 가문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묻어난다.

일두고택 사랑채

‘ㅡ’자형의 큼직한 안채는 정면 7칸, 측면 1.5칸으로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고, 뒤편에는 정면 3칸, 측면 1.5칸의 가묘(家廟)가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가묘 동쪽에 정면 2칸, 측면 1칸의 광채가 있다.


2013년 문화관광부로부터 ‘명품 고택’으로 지정된 일두고택은 사랑채, 안사랑채 및 행랑채를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투숙객은 비치되어 있는 전통 혼례복과 남녀 한복, 도포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