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발달장애인 특성 살린‘택배 일자리’ 거점 운영 … 장애인 일자리 업종 다변화
서울시, 발달장애인 특성 살린‘택배 일자리’ 거점 운영 … 장애인 일자리 업종 다변화
  • 이성훈
  • 승인 2016.08.12 20:18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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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산업 편중된 일자리 다변화, 중증장애인 직업 선택권 확대 및 인식 개선

#1.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지적 2급의 A씨(26세). 자폐성 장애로 실내작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작업장 내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숫자와 글자를 외우는 능력이 탁월해 택배 시작 후부터는 동호수와 고객이름 외우는 재능을 발휘하여 다른 근로자보다 많은 택배물량을 소화하며, 즐겁게 배송하고 있다.

 

#2.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지적 1급의 B씨(24세), 근력은 강하지만 글자를 읽지 못해 단순히 임가공에서만 따분한 근무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력이 약하지만 글자를 잘 읽은 장애인 친구와 2인 1조가 되어 택배업무를 수행하여 즐겁고 활발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노원 구립 장애인일자리지원센터 1층 택배하역장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시와 CJ대한통운(주)은 지난 5월 23일 ‘발달장애인 택배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행동특성을 배달 업무로 연계한 서울시 노원 구립시설 우수사례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장애인 일자리의 다변화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그동안 단순 제조나 가공 같은 2차 산업에 80% 이상 편중된 장애인 직업재활 직종을 1차 산업인 영농, 3차 산업인 서비스 업종과 문화ㆍ예술 사업으로 확대해 중증장애인의 직업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삼고 있다.

  특히,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해 장애에도 불구하고 잘 할 수 있는 직종을 발굴, 일자리를 매칭해 장애인의 취업을 활성화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시켜나간다는 데 방점을 둘 계획이다.

  우선, 서울시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올해 시내 4개 권역에‘발달장애인 택배사업’거점을 만들고 있다.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의 행동특성을 배달 작업으로 연결시켜, 직업재활사업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다.

  이번 사업은 노원 구립 장애인일자리지원센터의 우수 일자리 모델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 23명이 혼자 또는 2인1조로 인근 아파트 5000세대에 택배 배달ㆍ수거 업무를 하면서 연 6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내고 있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 1급 A씨(28세)의 부모는 “자폐증상이 심하지만 집중력이 탁월한데, 이것이 택배 업무에 큰 장점이 되어 하루에 배달을 60건 이상해서 택배 일을 하고부터는 월급도 2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일할 때뿐만 아니라 캠프에 갈 때나 잠잘 때도 택배 유니폼 조끼를 입을 정도로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지고 성격도 훨씬 밝아졌다”고 덧붙였다.

  시는 신축 아파트 등 택배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 인근 시설의 신청을 받아 거점 지원, 택배사업 운영 지원 등 각종 행정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9개 직업재활시설에서 택배사업을 신청한 상태인데 CJ대한통운㈜은 사업 추진을 위한 택배물량 및 영업정보 제공, 물류 컨설팅 지원 등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서울 시내에는 총 121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근로사업장 12개소, 보호작업장 109개소)이 있으며 이들 시설을 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 작업장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라피드 보호작업장’, 블랙박스 조립ㆍ바리스타 교육 등

  영등포구‘라피드 보호작업장’은 장애인 직업훈련과 고용지원을 위한 전문시설로 시비 지원을 받고 있다.

  라피드 보호작업장은 인지능력은 있지만 신체활동이 불편해 직업을 갖기 어려운 뇌병변 장애인이 차량용 블랙박스, 신용카드 단말기 조립이나 바리스타 같이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 모델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같은 건물에 통증치료실이 있어 일하다가 몸이 불편하거나 아플 때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2급의 A씨는 손떨림 등 활동이 불편해 조립 등 업무는 못할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처음 일을 할 때는 납품 업체에서 제품에 대한 불만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친구들이 책임감과 오기가 생기면서 성실히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지금은 불량률도 줄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서울시는 라피드 보호작업장 같이 장애인 고용 실적이 우수하고 4대 보험 적용 등 장애인의 일자리 환경과 노동권이 잘 보호되고 있는 우수 직업재활시설 12곳을 선정해 올해 운영비를 개소당 연 3800만원씩 확대 지원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대상 맞춤 컨설팅… 경영개선 나서

  서울시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대해 전문적인 맞춤형 컨설팅 및 멘토링을 지원, 경영 개선을 통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경쟁력을 강화, 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5일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이하 지도사회), 서울직업재활시설협회(이하 서직협)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경영개선을 위한 경영컨설팅 및 멘토링에 나섰다. 업무협약 배경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사 출신의 경영인이 많은 것을 착안해 복지분야의 전문성과 시장경쟁력을 함께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재활서비스(보호고용, 직업적응훈련 등) 제공으로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로서 서울시에 121개 시설, 장애인 3973명이 장애인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주요 협약내용을 살펴보면 △지도사회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컨설팅 및 자문을 위한 전문가 풀 구축 △전문가 매칭 등을 위해 협력 △서직협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지원업무 홍보, 매칭정보 제공 및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 유도 △서울시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원활한 지원을 위해 행ㆍ재정적 지원 등이 담겨있다.

  업무 협약에 따라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로 구성된 재능기부봉사단은 직업재활시설의 경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경영지원센터와 공동으로 6개월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대상으로 경영, 기술, 현장애로 해결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및 멘토링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이하 ‘지도사회’)는 40명 규모의 재능기부봉사단 소속 지도사를 활용, 경영 및 기술 지도를 실시하고 1인당 3~4개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매칭해 직접 찾아가서 상담 및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1:1멘토링’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개선 효과를 높이고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하여 재능기부봉사단을 대상으로 장애유형별 사전 장애인식 및 직업재활시설 체험 교육을 펼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업무협약을 통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영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근로환경을 개선하여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자간 업무협약을 통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영안정화 및 경쟁력 강화라는 의미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업무협약이 컨설팅 및 멘토링 지원이 장애인일자리 창출과 자립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