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르네상스 시대, 미술관이 첫발이다!<10> 빈, 미술관의 도시라 불러다오
문예르네상스 시대, 미술관이 첫발이다!<10> 빈, 미술관의 도시라 불러다오
  • 김보라
  • 승인 2016.11.11 19:27
  • 호수 6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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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디자인의 새로운 공간 연출‘차별화’
훈데르트 바서하우스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나라’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스트라우스, 하이든, 브람스 등 우리가 이름을 알 수 있는 대부분 음악가는 오스트리아 출신이거나 그곳에서 음악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빈 중앙묘지(Wien Central Cemetery)  ‘32A 구역’에 그들의 묘소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추모하기 위해 찾는다.

빈을 대표하는 공간으로는 과거 황제의 여름 별장으로 쓰였던 쇤부른 궁전(Schonbrunn Palace), 6세기 이상 합스부르크 왕가의 터전이 되었고 오스트리아 연방대통령의 관저가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Imperial Palace), 고딕식 위용을 자랑하는 성 슈테판 대성당(Stephansdom) 등이 있다.

이에 못지않게 빈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크식 벨베데레 궁전(Belvedere Palace)은 19·20세기 회화관과  21세기 미술관(Osterreichische Galerie)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을 비롯해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가 수집한 수많은 미술 작품이 있다. 벨베데레 궁전에는 <키스>로 유명한 클림트의 작품 25점, 에곤 실레와 오스카 코코슈카의 걸작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빈에만 100여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전 세계에서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과 어깨를 겨루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미술관이다.

이곳엔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미술품 40만여 점이 즐비하다. 회화갤러리 컬렉션은 루벤스, 렘브란트, 뒤러, 티치아노, 벨라스케스 등 광범위하다. 그 중에서도 브뤼겔의 <농가의 혼례>를 비롯한 주요 작품 대부분이 이곳에 있다.

2013년에 재개장한 쿤스트캄머(Kunstkammer)에는 2200점에 달하는 매력적인 미술작품이 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Albertina)은 세계 최대의 그래픽아트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토끼>를 포함해 작품 수가 약 150만점에 이른다.

MUMOK과 엔지스

레오폴트미술관(Leopold Museum)과 빈 현대미술관(MUMOK)이 있는 뮤제움 콰르티어(Museums Quartier, MQ)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대규모 문화공간이다. 여러 개의 벨 에포크 건축물이 인접하여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24시간 개방되는 안뜰에는 엔지스(Enzis)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디자인 조형물 벤치가 있고 휴식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레오폴드미술관에는 대규모의 에곤 실레 컬렉션뿐만 아니라 클림트, 코코슈카 등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빈 현대미술관에서는 고전적 현대파를 비롯하여 팝아트와 미니멀아트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쿤스트할레 빈(Kunsthalle Wien)에서는 사진과 비디오, 영화, 설치미술, 새로운 미디어에 중점을 둔 현대미술을 전시한다.

이 미술관들은 모두 빈에서 가장 중요한 손꼽히는 문화 관련 장소들이다. 이처럼 합스부르크 시대의 작품과 현대 미술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부터 시계박물관, 지구본박물관, 영화‘제3의 사나이’박물관까지 빈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예술을 만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모차르트가 가족과 함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모차르트 하우스 빈(옛 피가로하우스), 가상 지휘자가 되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할 수 있는 하우스 드 무지크(음악의 집), 빈 전차박물관(Wiener Tramway museum),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집과 진찰실이 있는 프로이트 박물관, 군사학박물관(Heeresgeschichtliches Museum) 등 빈에는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100여 개에 달한다.

훈데르트 바서가 만드는 색채의 마술

빈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대부분 바로크나 고딕 양식의 화려했던 옛 양식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오늘날 오스트리아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건축물 중 하나는 1898년에 개관한 제체시온(Sezession)이다.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꼽히는 제체시온은 개관 당시 많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지난 120여 년 동안 예술과 건축의 중심점 역할을 해왔다. 현대 예술가들의 쇼와 전시도 예술에 대한 공개적인 담론에 지속적으로 기여했다.

건물 지하의 3개의 벽에 그려진 클림트의 환상적인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는 제체시온과 마찬가지로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지만 오늘날 예술가의 성장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창의적이고 기념비적인,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한 이 서사적인 그림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베토벤 교향곡 9번에 대한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Hundertwasser Haus)는 1986년 2월에 완공되어 불과 3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빈을 찾는 사람의 필수 관광요소가 되고 있다. 52가구의 각 주택은 30~150㎡로 다양하고 집 모양은 물론 바닥, 벽, 창문, 계단,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물론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겉에서 본 창틀이나 바깥벽의 색을 보면 그 변화무쌍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건물은 ‘건축은 네모’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장 자연에 가까운 나선형의 디자인을 도입했다. 삶을 담는 집으로서 삶의 한 부분으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훈데르트 바서의 생각이 반영되었다. 이 건물이 살아있는 ‘거리의 미술관’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이다.

구불구불한 선과 화려한 색채가 특징인 훈데르트 바서의 회화작품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듯한 이 건물은 주택을 비롯하여 다섯 개의 상업시설, 그리고 어린이놀이터와 윈터가든 등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공동주택이다.

건물 높이는 3층부터 9층까지 높낮이가 모두 다르고 마치 어린 아이가 찰흙을 주물러서 만든 것처럼 자연스러운 곡선에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원색의 물감을 칠했다.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왕궁을 연상케 한다.

빈이 예술의 도시로서 보여주는 진짜 매력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이 건물에서 200여m 떨어진 쿤스트하우스 빈(Kunsthaus Wien)은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전과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카페와 레스토랑, 뮤지엄숍 등이 있다. 1892년에 지어진 가구공장을 그의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하여 1991년에 문 연 공간이다.

벨베데레궁전

자유로운 생명과 삶의 공간으로…

색채와 형태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그는 자연의 생동감과 생명력을 강렬한 색채와 곡선으로 표현했다. 외벽에 알록달록한 타일을 붙여놓고 창문틀이 제각각인 미술관 건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구불구불하다. 안뜰에 있는 테라스 등받이도 구불구불하고 계단도 나선형이며 복도는 울퉁불퉁하다. 화장실의 거울도 자유로운 곡선이다.

바서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으며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면서 “인간의 실제 피부, 의복, 가주지 등 세 겹의 피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지속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은 딱딱한 콘크리트 직선형 건물로 지어야 할 지, 자유로운 자연의 생명을 표현하는 것이어야 할 지 자명해진다. 미술관 건물에서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한국형 디자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동취재-정인서 광주문화도시계획 상임대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