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르네상스 시대, 미술관이 첫발이다!<끝> 전남도립미술관, 광양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길
문예르네상스 시대, 미술관이 첫발이다!<끝> 전남도립미술관, 광양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길
  • 김보라
  • 승인 2016.11.25 20:18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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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년 내다보는 작품으로, 지역경제 견인해야
전남도립미술관 대상지 항공촬영 <출처-이룸디자인>

지난달 31일 뉴스를 통해 고흥군의 신청사 기공식을 보았다. 보도자료에서는 미래 100년을 기약하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하지만 조감도를 찾아보니 네모반듯한 박스형 건물이었다.

지난 2월에 입주한 경북도청은 부지만 24만5000m²으로 여의도공원 면적(23만m²)보다 넓다. 한옥 기와를 얹은 7개 동의 건물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한옥의 멋스러움과 공간 배치로 웅장하고 아름다워 지난달까지 60만여명의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를 만큼 신도시의 랜드마크라고 자랑했다.


국내 한 건축회사는 2011년 7월 광주시청사 답사를 통해 국내 현대건축물 중 작품성의 측면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걸작이라고 했다. 이유는 수직/수평으로 이루어진 직육면체와 삼각뿔, 원통, 아치, 사선 등 여러 건축이론가들이 정리해둔 건축적인 요소들을 이곳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5층과 18층의 연결된 두 동으로 된 광주광역시의 신청사는 5.18을 의미하는 건물로 2003년 11월 준공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별로 무관심한 건물이다.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시청사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신청사를 지으면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밖에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빌딩들은 앞다퉈 자기네 건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라며 광고를 한다. 과연 그럴까.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 랜드마크 돼야

랜드마크(landmark)는 경계표(境界標)라는 뜻이다.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들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킨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그 뜻이 더 넓어져 건물이나 상징물, 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띨 때 랜드마크라고 부른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랜드마크는 이제 한 국가나 도시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랜드마크는 수백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국가나 도시의 위상을 높여줄 뿐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역할도 한다.

건물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는 사례는 꽤 많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랜드마크로 내세울 정도라면 그 건물을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올 정도여야 한다. 광양에 세우는 전남도립미술관이 그 정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뻔한 콘크리트 건물이거나 대리석을 붙이는 정도의 네모반듯한 건물, 지붕을 한옥으로 하거나 날개 모양이나 비천상을 닮은 듯한 디자인 정도로는 이제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건축적인 요소를 갖췄다 해도 일반인들의 탄성이나 감동을 자아내는 건물이 아니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세계를 내다보는 디자인, 미술관 건물 스스로가 미술작품으로 인식되어 그 건물만 보기 위해서라도 관광객이 찾을 정도여야 한다. 지금 공모 중인 도립미술관 건물이 자칫 뻔한 건축학적 디자인에만 매몰된다면 그저 그런 도립미술관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번 기획취재에서 국내의 여러 미술관이나 문화센터 등 다양한 건물을 살펴봤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디자인 건물은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인천 송도의 트라이볼 등이 가장 차별화되어 있고 서울의 리움미술관 등 몇몇 미술관이 약간 관심을 끌만한 수준이었다.

나머지 대부분 미술관은 일반 건축물에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 수준이었다고 말할 정도에 불과했다.

전남도립미술관 대상지

전남도립미술관, 다음달 23일 설계공모 발표

현재 전남도립미술관은 설계공모가 진행 중이다. 전남도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7일까지 설계 공모에 참가할 업체를 등록받고 38개 업체(외국계 3개)가 참석한 가운데 10월 18일 광양에서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불과 두 달여만인 12월 16일 오후 4시까지 작품을 접수받아 일주일 뒤인 23일 최종작을 선정, 발표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공모지침서를 통해 전남도립미술관 건립의 기본방향을 ‘숲 속의 미술관’으로 명시했다. 미술관의 기본기능인 전시, 소장품 관리, 연구, 교육, 휴식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공간으로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가 가능한 유동적인 전시실을 강조했다.

기획 보도를 마무리하며 전남도청에서 만난 이태우 학예연구사는“그동안 보도된 본지의 기사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광양 시민은 물론 전남도민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미술관이 되도록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물 자체가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이태우 학예연구사에게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최첨단 안내시스템, 광주 시립미술관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부산 시립미술관의 어린이 미술관, 소마 조각공원의‘공원과 예술의 만남’,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느낀 환기시스템의 중요성 등을 설명하며 “기존의 미술관이나 문화예술 시설들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파악해 전남도립미술관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태우 학예연구사는 “멋진 건축물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있지만, 이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옳지 않기에 광양만의 특색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재밌어하는 공간, 지속적으로 찾고 싶어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도의 도립미술관 설계 공모작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정말 숲 속의 미술관에 걸맞은 작품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혹여 기대에 이를 수 없다면 공모작 선정을 서두르지 말 일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가시적 성과를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경향이 많다. 100년, 1000년을 내다보는 미술관 작품을 선정하는 데는 더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이다.

                                                        공동취재-정인서 광주문화도시계획 상임대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