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사랑의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사랑의서)
  • 광양뉴스
  • 승인 2017.03.31 20:03
  • 호수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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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광양시 농사꾼

서로 손잡고 같은 방향 보며살자고 언약 하였건만 열심히 산답시고 가랑이가 찢어지고 꼰지뱅이 설 때마다 서로 머리 두는 곳이 달라졌는가, 편안함을 좋아하는 당신과 성취를 소망하는 나 사이에 작은 다툼이 싸여 아내의 맑은 눈에는 고독과 갈등이 고였나보다.

접촉사고도 없이 찾아온 충돌 같은 아내의 뇌경색은 서로의 소중함을 되돌아볼 깨우침의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가혹하였다. 언어기능을 잃고 음식을 넘기지 못하며 오른손, 오른팔을 쓰지 못하는 아내의 표정은 아쉬움과 두려움과 슬픔으로 얼룩지며 굳어져만 갔다.

불길한 조언들, 공허한 격려들, 그래도 소중하게 다가오는 형제들과 친 인척, 이웃들에게 참으로 고맙다는 인사말도 못한 채 시간은 흘러만 갔다.

서울의 유수한 병원을 헤매고, 피 눈물 나는 재활 덕에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스며들던 날, 나는 그녀의 앨범에서 30대 중반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흐려지는 눈을 애써 초점을 맞추며 찾아보았다. 이 착하고 고운 여인을 두고 그때 나의 생각과 행동은 어디를 헤매며 방황하였을까? 통한의 아쉬움을 회개하면서 늦게나마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러보았다.

맑은 아침이슬로 씻고 고은 저녁노을로 닦은 내 영혼은

꿈을 찾는 더듬이와 촉수가 되어 헤매다

두 산 봉오리 돌아 실개천 흐르는 모두의 고향

꽃보다 고운 유두 빛 잎눈에서 백년을 취하고 천년을 잊지 못할 꿀을 빨았네

황홀과 감사와 믿음으로

두 눈 촉촉이 젖고

붉게 볼 익은 고운여인아

우리 주고받은 타액의 향기로움으로

찰라와 영원의 구분도, 희열과 아픔의 차별도 녹여 마시자

어느 노래보다도 감미로운 당신과 나만이 아는 신음

섞임의 희열, 뇌성의 충격이 있는 지금 이순간이  모든 것의 끝인들 어떠랴

다듬이질로 주름을 펴고, 절구질로 껍질을 벗자

결코 더럽지 않은 이 해석으로 둥근달 속 항아님 같이 곱디고운 비단을 짜자

눈물의 끈으로 슬픔과 기쁨을 잇고

웃음의 약으로 원망과 후회를 풀자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고 덮을 수 없는 당신과 나의 두 얼굴

신뢰로 유리를 덮고 고마움으로 레이스를 둘러

한날 한시에 기꺼이 영정사진이 되자

이제 격정이 아닌 감미로움으로 당신가 나란히 서고 싶소. 죽는 날까지 퇴고 되어야할 이 노래 속에서 당신은 과거가 아닌 언제나 지금 이순간의 고맙고 아름다운 여인이오. 부족함에 매달리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 소중히 나눕시다.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비교되지 않고, 서로 마주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지천에 핀 들꽃들 사이로 두 손을 마주잡고 걸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