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량’의 흔적을 고스란히…짠내 가득한 광양항의 아침
영화‘명량’의 흔적을 고스란히…짠내 가득한 광양항의 아침
  • 이성훈
  • 승인 2017.06.23 18:28
  • 호수 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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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이순신대교•묘도…’바다를 가득 품은 중마동 해양공원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고 일찌감치 폭염이 엄습하고 있는 요즘, 산책을 나간다는 것도 참 고달픈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땡볕이 내리쬐는 대낮에는 산책을 되도록 피하고 아침, 저녁으로 주변 공원을 거닐어 보는 것이 좋겠다. 요즘은 낮이 가장 긴 기간이니 저녁을 먹고 나서 운동 삼아 집앞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은 듯 싶다.

땀도 적당히 나고 밤에 운동을 조금씩 하면 잠도 잘 온다. 요즘처럼 날씨가 가물 때에는 계곡도 메마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태양이 내리쬐도 마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바다다. 우리지역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진월 망덕포구와 광양항이 있다. 이중 이순신대교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광양항 해양공원은 시원한 바닷바람에 널찍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무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광양항 해양공원은 2008년에 준공했으며 면적은 2만7828㎡ 정도 된다. 중마 일반부두 옆에 위치하고 있어 이순신대교를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다가 바로 옆에는 광양항의  컨테이너 선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자주 온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오는 것을 보면 뭐라도 잡히긴 잡힌가 보다.

해양공원 바로 옆에는 중마일반부두가 있는데 이곳에서 2014년 상영해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명량’의 70%를 촬영한 곳이다. 당시 무게 6톤이나 되는 촬영용 배는 실제 선박을 개조했었는데 중마일반부두의 바닥이 6톤이나 되는 배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바다와 바로 맞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곳이어서 영화 촬영지로 선정됐다.

또한 주변 공간도 넓어 중마일반부두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기 위한 수십 미터 길이의 천막을 넉넉히 댈 수 있었다. 그러나 중마일반부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보안구역으로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세트는 곧바로 철거됐다.

지금은 해양공원에 명량의 흔적이 남았다. 영화 출연자들과 영화 소개, 출연 배우들과 함께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도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사진은 색이 바래있고 일부 시설들은 여기저기 흠집이 나있다. 나무데크 역시 낡아서 곳곳이 너덜너덜하는데 보수를 위해 일부 구간은 철거한 상태다.

어찌됐건 명량 포토존을 지나 널찍한 공원 한 바퀴를 돌면 곳곳에 의자와 간이 무대시설이 눈에 띈다. 해양공원이 시내와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보니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는다. 그래서 항상 한적하다. 아니 이를 바꿔 말하면 이곳처럼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조용히 쉴 수 있는 곳도 드물다. 그래서 자주 이곳에 간다.

기사 아이템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이곳에서 구간단속 때문에 이순신대교를 느릿느릿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광양항에 학다리(컨테이너 크레인)가 구부려져 있는지 곧게 펴져 있는지 살펴보고 낚시꾼들은 무엇을 잡았는지 곁눈질로 훑어본다.

이따금씩 주인과 함께 온 강아지들이 자기들 세상 마냥 여기저기를 활개치고 있는 모습들도 보이고 서너명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정겹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살이는 모두가 똑같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가끔 아침해가 그리울때면 새벽녘에 광양항 해양공원을 찾길 바란다. 이순신대교를 가로질러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면 희망찬 하루도 그만큼 솟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