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길을 걷다<19>
연중기획-길을 걷다<19>
  • 이성훈
  • 승인 2017.07.07 18:11
  • 호수 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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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선조들의 용맹과 지혜를‘한 눈에’

광양읍 마로산성 둘레길, 천년 백제의 숨결을 고스란히…

광양에는 4대 산성이 있다. 중흥산성, 불암산성, 마로산성, 봉암산성인데 이중 중흥산성만 토성이고 나머지는 돌로 쌓은 석성이다.

이번 주에 소개할 곳은 광양시민이라면 익히 한번쯤은 들어본 곳, 하지만 안가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마로산성’이다.

마로산성은 6세기 초에 축성된 고대 성곽으로, 돌로 산 정상을 둘러쌓은‘테뫼식’산성이다. 마로산성의 둘레는 550m 정도 되는데 현장에 가면 자세한 안내문이 나와 있다.

마로산성 가는 길은 두 곳이 있는데 사라실 예술촌이 있는 사곡리 억만마을 방향과 용강리 마로초등학교에서 올라가는 방향이 있다. 억만마을에서 마로산성으로 가다보면 사라실 예술촌과 억만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이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마을을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마로산성 주차장에 금방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마로산성까지 걸어가는 길은 불과 10여분. 하지만 요즘은 장마철 아닌가. 한낮 땡볕에 습기 가득한 공기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마로산성에 오르니 그야말로 온 몸은 금방 땀으로 젖는다.

마로산성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깃발들이다. 바람 따라 펄럭이는 깃발들이 마로산성의 운치와 기상을 자랑한다.

마로산성에 올라가면 사방팔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여름임에도 이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위를 금방 잊게 해줄 정도로 상쾌하다.

촘촘히 쌓아올린 성벽을 중심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억만마을이나 마로초에서 마로산성까지 올라가는 길이 10여분 밖에 안돼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귀한 분을 만났다. 지난달 공직에서 퇴임한 하현정 전 주민생활지원과장이다. 퇴임식에서 잠깐 뵈었는데 이곳에서 또 다시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하 전 과장은 매일 마로산성에 올라 산책도 하고 쓰레기도 주우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서산을 가고 이따금 백운산도 오르는 등 광양사랑에는 어디에 내놔도 일등이라고 자부한다.

하현정 전 과장이 이번에는 마로산성 해설사가 되어 기자에게 이곳저곳을 안내하고 상세히 설명도 해줬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마로산성은 그동안 글로만 접해왔다. 언젠가는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광양에 온지 10년이 지나서야 실천에 옮긴 것이다.

4개의 출입문이 있는 마로산성에는 집터와 제사를 모신 곳, 기왓장, 집수정 등등 백제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광양에 이렇게 멋진 곳이 또 하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세풍뜰이 보이는 순천 방향은 과거 바다였다고 한다. 이곳에 왜구가 자주 침입했는데 마로산성에서 왜구 침입을 감시하고 임진왜란 때에는 광양읍성을 지키기 위해 왜군과 격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이다. 마로산성에는 동그랗거나 네모 난 형태의 집수정(集水井)이 있는데 비가 오면 땅의 겉으로 흐르는 물과 속으로 스민 물이 모이도록 땅을 깊게 파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사용했다. 마로산성 서문지 옆으로 2개의 직사각형 모양과 3개의 원형 집수정이 몰려 있는데 제법 큰 규모인 집수정들은 내부를 다듬은 돌로 아주 촘촘히 잘 쌓았다. 집수정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가 허둥지둥 도망을 친다.

하현정 전 과장은“여기저기 산성을 많이 다녀봤지만 마로산성처럼 웅장하고 전망이 좋은 곳은 드물다”며“앞으로 제대로 복원해 많은 사람들이 마로산성을 찾고 광양의 역사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시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중마동 가는 도로가 멀찍이 한눈에 보이고 잠시 얼굴을 돌리면 영세공원 방향이다. 좀더 몸을 틀면 백운산이, 그리고 광양읍 시가지와 순천 왜성 등…한 바퀴 다 도는 동안 눈에는 시원함이 가득하다.

산성 맨 꼭대기에서 전체를 둘러보면 붉은 깃발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힘차게 펄럭이는 것이 보인다. 백제의 기상이, 임진왜란때 왜적의 침입을 막았던 선조들의 용맹함이 깃발 속에 가득 담겨있음을 마로산성에서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