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길을 걷다<34>
연중기획-길을 걷다<34>
  • 이성훈
  • 승인 2018.01.26 17:47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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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찬란한 햇빛이 저녁에는 붉은 노을이…걸어서 행복한 곳

백운산 동곡계곡 물줄기의 마지막 여정‘광양 동천 산책길’

 

2018년 1월도 저물어가고 한해의 1/12이 지나간다. 새해 들어 함박눈도 오고 모처럼 비도 흠뻑 내렸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가 하면 봄 날씨처럼 따뜻한 날도 이어졌다. 한 달 사이에 겨울의 다양한 모습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다시 맹렬한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이럴 때일수록 움츠리기 마련인데 기지개를 펴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도 스트레스 푸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해발 1222m인 백운산은 전라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다. 백운산은 4대 계곡을 품고 있는데 다압면 금천리로 흐르는 금천계곡과 진상면 수어저수지로 흐르는 어치계곡, 도솔봉 남쪽 봉강으로 흐르는 성불계곡, 옥룡면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동곡계곡이다.

이 중 동곡계곡의 물은 광양읍 동천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백운산의 계곡 중 가장 큰 계곡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폭이 넓어 여름 휴가철이면 가족 단위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길이가 10km에 이르는 동곡계곡은 학사대, 용소, 장수바위, 선유대 등의 비경이 있어 가을철이면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광양읍은 동천과 서천이 원도심을 감싸고 흐르며 산책과 휴식, 볼거리 공간이 조성되어 있어 시민이 찾는 대표적인 명소다. 이중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이 바로 동천이다. 붉은 노을 빛나는 퇴근길 동천은 참 아름답다.

중마동에서 광양경찰서 삼거리를 지나 고속도로 쪽으로 우회전 하면 막다른 길이 하나 나온다. 이곳 주변에 차를 세우고 동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본다.

동천 산책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철길 터널 위 언덕에‘젊은 교육도시 광양, 아이양육하기 좋은 도시 광양’이라는 문구와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광양읍을 진입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이 홍보문구는 2016년 급경사지 위험지구 사업의 하나로 시 브랜드를 이곳에 걸어 광양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제안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곳은 밤에도 LED 전등이 비춰주고 있어 광양에 진입하는 차량들은 한눈에 이 문구가 들어온다. 문구가 내걸린 당시 촌스럽고 생뚱맞다는 반응도 많았으나 어쨌건 광양을 오는 손님들에게는‘광양시가 젊은 도시고 교육하기 좋은 도시’임을 홍보할 수 있는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동천은 산책로는 고속도로 교각 아래 난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산책로 주변은 차량들 지나가는 소리에 다소 시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광양만으로 유유히 흐르는 동천 자체는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보가 있는데 최근에 비가 제법 내려서인지 오랜만에 보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가 힘차기만 하다. 그리고 교각을 지나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징검다리도 보이고 온갖 풀과 나무가 산책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산책길 옆에는 촘촘한 잔디로 가득 매운 잔디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개울에는 겨울새들이 열심히 자맥질을 하며 부지런히 먹이를 찾으러 다닌다.

동천은 물이 맑은데 한여름에는 사람들이 잠시 물속에 다리를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도 있고, 깨끗한 물에 사는 다슬기도 구경할 수 있다. 금계국(국화과)도 심어놔 적막한 겨울보다는 여름에 산책하면 더욱더 좋은 곳이다.

산책길은 자전거도 통행할 수 있어서 자전거 마니아들은 자전거길을 따라 동천 끝까지 가기도 한다. 동천 뒤로는 백운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바로 눈앞에는 고속도로 광양읍 나들목이 보인다.

동천 뒤로는 목성리인데 조만간 목성지구개발사업이 들어설 곳이다. 앞으로 목성지구가 완공되면 동천 산책로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동천은 아침에 가면 햇볕을 한 가득 받으며 저 멀리 백운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산 바람을 가득 맞이할 수 있다. 겨울에는 보기가 다소 사납지만 저녁 무렵에는 붉은 노을과 함께 반짝거리는 개울가는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그래서 겨울보다는 봄과 여름, 가을이 산책하기 제격이다.  

동천에서 광양경찰서 방향으로 가면 와인동굴이 있다. 동천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쐬고 와인동굴에 들러 따뜻한 동굴 기온을 느껴보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