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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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19.01.11 18:04
  • 호수 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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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삼년불비(三年不蜚): 3년 동안 날지 않다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오래도록 세월을 헛되게 보낸 것 같으나 속으로는 장단점을 모두 파악함을 말한다.

B.C 5세기경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춘추시대 5패(覇:제후 중 우두머리)의 한사람이다. 왕으로 등극하여 3년이 되도록 정치에는 소홀이하며 사냥이나 하고, 궁에 있을 때에도 밤낮으로 여자들만 끼고 술이나 마시며 방탕한 일로 세월을 보내면서, 궁문에는‘간언(諫言)을 하는 자 중벌을 면치 못하리라’라고 써 붙였다. 대부(大夫) 오거(伍擧)가 참다못해 찾아갔다.

장왕은 왼쪽에는 채녀(蔡女), 오른쪽에는 정희(鄭姬)를 끼고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오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대부가 여기를 찾은 이유가 술이 생각나서인가? 아니면 풍류를 즐기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인가?”

“신은 술이나 풍류를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닙니다. 마침 밖에 나갔다가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대왕께 아뢰려 왔습니다.”

“어허 무슨 은어(隱語)이기에 대부 같은 사람이 이해를 못한단 말인가? 어디 한번 들어 봅시다”

 “오색이 찬란한 새 한 마리가 초나라 높은 언덕에 앉아 있는지 3년이 되었습니다만,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으니 무슨 새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장왕은 자신을 빗대어 하는 말인지 알고서 빙그레 웃었다.“과인은 알고 있다. 그새는 보통의 새가 아니다. 3년을 날지 않았으나 한번 날기 시작하면 하늘을 찌를 것이요, 3년을 울지 않았으나 한번 울기 시작하면 반드시 사람을 놀라게 하리라. 그대는 기다려 보시요”그러면서도 장왕의 방탕(放蕩)은 전과 똑같았다.

소종(蘇從)이란 대부가 죽음을 무릅쓰고 장왕을 찾아가 크게 통곡(慟哭)을 했다. 장왕이 소종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통곡을 하는가?”

“제 몸도 죽고 초나라도 얼마지 않아 곧 망할 것이므로 미리 통곡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왜 죽고 초나라는 이렇게 건재(健在)한데 왜 망한단 말인가?”

“신이 간하면 대왕은 들어주지 않고 저를 죽일 것이고, 신이 죽으면 초나라에는 다시는 간하는 자가 없어 대왕은 더욱 주색에 빠질 것이고 정치는 크게 문란(紊亂)해져 결국은 초나라가 망할 것 아닙니까”

장왕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네 놈이 간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함부로 놀리니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신의 어리석음은 대왕의 어리석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놈아 내가 왜 어리석단 말이냐?”

“대왕은 광활(廣闊)한 토지와 막강(莫强)한 군사력을 보유 했으며 제후들이 복종하고 있어 무한한 영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왕께서는 주색과 풍류에 빠져 정치는 돌보지 않고, 현명한 인물도 가까이하지 않고, 한때의 즐거움에만 취하여 영원한 이익을 저버리려하니 어리석은 것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신의 어리석음은 한목숨 없어지는데 불과하나, 대왕이 신을 죽이면 후세에 신을 충신(忠臣)이라 일컬을 것이므로 신을 결코 어리석은 것이 아닙니다. 신이 대왕의 패검(佩劍)에 죽어 대왕의 영이 엄하다는 것을 보이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장왕은 벌떡 일어나 소종을 일으켜 세웠다.

“대부 소종은 고정하시오. 그대의 말은 충언이요 과인은 그대의 말을 따르리다”

그 후 장왕은 여색을 물리치고 풍류를 멀리하며, 정치에 전념하니 불과 몇 년 만에 기강(紀綱)이 바로 서고 국력이 더욱 튼튼해져 마침내 패업을 이룰 수 있었다.

여기에서 초 장왕이 노린 것은 충신과 간신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충신과 간신을 선별했으니 정치는 잘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생도 살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일로 곤란(困難)한 지경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런 때도 삼년불비 시기라고 생각하고 실망하거나 포기(抛棄) 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이전보다 더 발전하는 자기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