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들꽃산책 -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 광양뉴스
  • 승인 2019.03.15 18:42
  • 호수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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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교육학박사
•저서-선진6개국 교육제도 외 다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고집‘진보의 미래’에서“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라고 말했다.
한 개인도 한 달 급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 세계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중 고교 무상교육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초·중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가계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추진해야할 과제가 고교 무상교육이다.
이전 무상급식 논란에서도 그랬듯이‘금수저에게 왜 급식을 무상으로 주느냐’같은 다양한 비판도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다.
현재 교육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 교육부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학생 수 감소, 매년 발생하는 교육부의 불용액, 내국세의 20.46%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최근 세수 호황 등으로 인해 추가 재원이 없어도 고교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보면, 17개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에 여유가 없다.
최근 학교 현장에는 석면 제거, 내진 보강,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공기정화장치 및 공기청정기 설치, 학교 내 샌드위치 패널 해소 등 학생 안전과 관련한 예산 사용이 증가하였다.
또한 초등 돌봄교실 확충, 공립유치원 취원율 확대를 위한 단설·병설 유치원 신설 등 새로운 교육 수요가 매년 발생하지만 교육청은 대 부분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면서 공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 왔다.
만약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라고 한다면, 교육청은 학생 안전과 관련된 사업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사항인 고교 무상교육 실현에 대한 약속은 중앙정부가 하고 재정은 지방정부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전 정부의 유사한 사례가 있다. 바로 박근혜 정부 당시의‘누리과정’관련 예산에 대한 갈등이다.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공약했던 유아 무상교육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에서 지출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각 시도교육청의 재정 압박으로 이어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은 물론 보육대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그 사례를 따라간다면 다시금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야기됨은 물론 중앙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지방교육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현재 대기업, 공기업, 일부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자의 자녀에게 사원복지 차원에서 학비가 지원되고 있으며, 농어민자녀·특성화고교 재학생에게도 학비가 전액 지원 또는 면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고등학교 학비를 부담하는 사람들은 도시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부 중소기업 재직자 등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교 등록금을 미납한 학생이 1만5600여명에 달한다고 할 때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등록금 체납액을 징수하고 학비 지원 대상을 발굴하는 데 드는 행정력 낭비도 방지할 수 있다.
매년 2조원 이상 소요되는 고교 무상교육을 기존 지방교육 재정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인상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고교 무상교육 공약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일 것이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전 국민들에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