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매사마골(買死馬骨): 죽은 말의 뼈를 돈 주고 산다
[고전칼럼] 매사마골(買死馬骨): 죽은 말의 뼈를 돈 주고 산다
  • 광양뉴스
  • 승인 2019.03.22 17:23
  • 호수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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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진정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자 한다면 먼저 하찮은 것에 투자하는 지혜를 말한다.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에 나오는 말로 전국시대(BC 403~221) 연(燕)나라는 제(齊)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한 상황에 더군다나 내부 반란으로 국력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어떻게 하여 부국강병해서 기강(紀綱)을 바로잡고 제나라에 분풀이를 할 수 있을까? 연나라소왕은 자나 깨나 그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한때 자기의 스승이기도 했던 곽외를 불러 상의하였다.

곽외는 임금을 만나자마자“신이 계책을 말씀 드리기에 앞서서 이야기 하나를 드릴까 합니다.”“자 어서 말해 보오.”“옛날 어떤 임금이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를 천금에 사겠다고 널리 공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삼년이 지나도 명마를 가지고 온 사람이 없었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글쎄, 세상에는 그만한 말이 아주 없진 않았을 텐데.”

“물론이지요. 그런데도 명마를 구하지 못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말 한 마리에 천금을 준다는 것이 터무니없었거니와, 그런 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임금의 위세에 말 값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겠군.” “그렇습니다. 어째든 임금이 명마를 못 구해 안타까워하자, 시종이 나서며 제가 구해 오겠습니다, 하고 자청 했습니다. 그래서 시종에게 천금을 주었고, 그 돈을 가지고 나간 시종은 석 달이나 돌아다닌 끝에 겨우 명마가 있는 곳을 알아내어 달려갔는데, 안타깝게도 그 직전에 그만 말이 죽어버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시종은 그 반인 5백금을 주고 그 말의 뼈를 사가지고 대궐로 돌아왔지요.”

“아니 죽은 말뼈를 어디에 쓰려고, 그것을 5백금이나 주고!”“바로 그것이 보통사람들의 상식입니다. 정말 임금도 어처구니가 없고 화도 나서‘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서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인데, 죽은 말의 뼈를 5백금씩이나 주고 사다니!’하고 꾸짖었답니다.

그러자 시종은‘천리마라면 뼈만이라도 5백금을 주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말이면 천금을 주는 것이 맞겠구나 하는 소문이 퍼져 틀림없이 천금짜리 말을 끌고 말장수가 찾아올 것입니다.’ 하고 대답 했습니다.

그 뒤 과연 시종의 말대로 얼마 되지 않아 천리마 몇 마리가 임금의 수중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곽외의 이야기를 듣고 소왕은 고개만 끄덕 일뿐 말이 없었다. 상당히 의심장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임금의 그런 기색을 살피며 곽외가 이제야 자기 본심을 털어 놓았다.“전하께서 진정 특출한 인재를 원하신다면, 먼저 저를 중(重)히 쓰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별 볼일 없는 곽외 따위를 저토록 우대하니 나 정도는 더욱 중히 쓰시겠지’하는 생각으로 많은 인재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참으로 기발한 헌책(獻策)이요.”하며 소왕은 궁궐 안에 저택을 지어 곽외에게 하사하고 스승으로 모셔 친히 대청에 꿇어앉아 가르침을 받으며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잊지 않았다. 소왕은 역수(易水) 가에다 황금대를 세우고 그 위에 많은 황금을 쌓아두었다. 곧, 천하의 인물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황금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대(臺)를 초현대(招賢臺), 혹은 황금대(黃金臺)라고 한다. 소왕이 어진 선비를 부른다는 말이 순식간에 퍼졌다. 위(魏)나라에서는 명장 악의(樂毅)가, 조(趙)나라에서는 극신(劇辛)이, 주(周)나라에서는 소대(蘇代)가, 제(齊)나라에서는 추연(鄒衍)이 오는 등, 어진 선비들이 연나라에 속속 모여 들었다.

소왕은 이들의 힘을 빌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 다음,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고, 진(秦)나라 초(楚)나라 삼진(三晋:한(韓) 위(魏) 조(趙)과 연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하여 70여개 성을 함락시키고 지난날의 설움을 통쾌하게 복수를 하였다.

‘매사마골’이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은 가까운 손익(損益)을 따지지 말고 먼저 정성을 드려야만 자기가 바라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말로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을 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비유이다. 큰 것을 얻으려면 먼저 작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