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청년정책’에 바란다2 - 청년이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과 시간 지원 -
광양시‘청년정책’에 바란다2 - 청년이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과 시간 지원 -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9.04.26 18:17
  • 호수 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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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청년허브, 청년활동 생태계 조성의 전방위적 접근
청년 목소리 담긴 정책 생산과 연구…세대•지역간 혁신‘중점’
무조건적인 선진사례 도입 지양… 지역 맞춤형 정책 ‘필수’

청년이 미래다. 10여년이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청년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물론 거의 대부분 지자체가 각종 청년정책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양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청년정책을 추진 중이다.

광양신문은 문광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기획취재「광양시‘청년정책’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국내 주요 청년정책 관련 선진사례를 살펴보고, 광양시 청년정책의 발전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청년정책이 단순히 지원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닌, 도시의 새로운 활력과 성장 동력이 되는지 살펴봄으로써 청년의 자발적 참여와 자구 경쟁력 제고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서울특별시의 청년정책은 2013년 ‘청년 일자리 허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청년 문제를 선도적으로 고민해온 서울시는‘2020 서울형 청년보장’을 만들며, 정부의 청년기본법 제안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당장 먹고 사는 일’이상이기 때문에 온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서울특별시청년허브는‘서울의 청년들이 얼마나 오래,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청년허브는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 삶의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각종 지원과 교육, 연구 및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고, 서울 청년정책의 혁신과 청년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방위적인 접근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교류를 통한 협력은 청년과 청년 뿐 아니라 민간과 기관,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까지 아우르려 노력한다. 인위적인 협업이 아닌 자발적인 협업 촉진이 우선이다.

더나가 지원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후속관리 역시 중요하게 다뤄진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단순한 지원이 끝이지만 행정 주도의 한계를 뛰어넘고,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고자 하는 청년허브의 남다른 노력이 엿보인다.

‘청년들 스스로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청년허브는 어느새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주도적이고 선제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 코워킹스페이스를 둘러 마련된 ‘미닫이 사무실’.

청년허브의 주요 역할‘사례 발굴 통한 사회혁신’

 

서울 청년허브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청년을 연결하고, 자기 자산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연구는 필수다.

청년허브가‘청년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다’라는 이름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해 온 연구 사업은 총 77개다. 각각 △공동체·지역 △복지·인권 △교육·학습 △생태·환경 △노동·정치 △문화·예술 △기타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통계데이터 수집은 물론 미래지향적인 제안까지 다양하다. 이로 인해 현재는 여러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청년센터 개념인‘무중력지대’확대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연구통계의 장점은 청년 당사자가 중요시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변화 및 관심사를 어느 정도 통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청년 간, 세대 간 연결과 공유를 위한 협력도 확대 중이다. 가까운 서울혁신파크와 청년청을 비롯해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각 자치구 무중력지대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 마을공동종합지원센터 등이 유기적이고 수평적 협력관계에 있다.

청년허브는 여러 기관 및 단체들과 공유하고, 때때로 광역사업을 주도하는 플랫폼 구축 역할을 하고 있다.

△ 동아리방처럼 보이는 청년청에는 57개 단체가 입주해 있다.

안정적인 실패의 시간과 협업 공유 공간 지원

 

청년허브가 중요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분야는 청년들이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참(최소 3인 이상, 자발적 청년 모임 지원) △청년활(청년 및 청년단체의 활동 지원) △청년업(경제적 자립 위한 일 또는 창의적 업·일 실험 지원) △청년활력공간(청년 사회적 관계망 형성 운영 지원) △청년청(청년 자립 시도 및 실험 공간 지원) 등 모두가 안전한 실패를 지원하는 사업들이다.

△ 물고기와 식물을 함께 키우는 순환공생 시스템은 실패의 흔적 중 하나다.

청년허브가 있는 미래청과 인근 청년청 주변에는 청년들이 실패해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흔적들은 실패 자체로도 또 다른 도전을 하고자하는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이중‘미닫이 사무실’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청년단체 또는 기업이 자립할 수 있도록 청년허브 내 공간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많은 청년 당사자들이 실패가 두려워 진취적인 도전이나 발상을 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서 출발했다.

△ 청년청 입구 우편함에 붙은 입구단체 행사 홍보전단.

온전히 청년 스스로가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은 청년허브의 코워킹스페이스를 둘러 여러 단체가 입주해 있다. 청년허브의 바로 옆 건물인 청년청에도 약 57개의 단체가 입주해 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 또는 단체가 한 공간에 모여 서로 공유하는 협업 공간 또는 커뮤니티를 뜻한다.

청년허브가 있는 미래청은 물론 서울혁신파크 내 대부분의 건물 1층도 코워킹스페이스다. 곳곳의 코워킹스페이스는 다양한 청년 및 단체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협업 및 공유 등이 이뤄지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 청년청 내부에 있는 공유공간. 단체들의 소통창구다.

지역 특성 달라 무조건 선진사례 이식 지양해야

 

 

청년허브는 청년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점에‘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꼽았다. 또한 피해야 할 점에는 ‘무조건적인 선진사례 이식’이다.

청년허브 관계자는“사회구조에 따라 대응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시의 경우 거버넌스는 물론, 청년이 의제를 내고 시장이 내년도 정책에 반영하는 서울시 청년의회 등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물론 벤치마킹을 통한 청년정책의 능동적인 대처는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지자체마다 주체와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선진사례를 무조건 이식하려는 방식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행정만으로는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 수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청년센터 등의 중간지원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청년센터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조금 사업 또는 지원사업 등에 대해 행정보다 조금 더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며“행정 주도의 정책 수립 및 반영은 실효성에 대한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특별시청년허브는 현재 25명의 인원이 다양한 지원사업과 정책 혁신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인큐베이팅을 담당하고 있다. 근무했던 사람 중 다수가 다양한 기관에서 청년과 관련된 일에 개방직 공무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옛 질병관리본부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 도시재생을 통해 청년허브가 속해 있는 미래청으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과거에서부터 재구성과 재해석으로 미래를 꿈꿔본다’는 서울시의 청년정책의 접근 취지가 엿보인다.

 

상상청 1층 코워킹스페이스 천장 벽면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한“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그 문제가 만들어졌을 때와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라는 글귀가 있다. 이 글귀는 청년허브가 노력 중인 ‘혁신을 혁신한다’는 개념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