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느 고목의 죽음
[기자의 눈] 어느 고목의 죽음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6.14 18:01
  • 호수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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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나무를 찍으며 쫓기듯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는 어느 유명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무를 보며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좁은 면적의 밭작물 농사를 위해 둥과 키로 보아 수령이 족히 100여년은 넘었을 같은 고목의 생명을 빼앗는 사람도 있다. 광양읍 용강리 인근 대로변 야산에 있는 나무이야기다.

나무는 2년전 해도 야산의 다른 나무처럼 건강했으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둥에서 1미터쯤 올라온 몸통의 껍질이 도려내져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고 천천히 까맣게 변하면서 급기야 고사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자연사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용강리 주민 A씨는 앞을 지나다니며 나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고 했다.

A씨는지난해인가부터 나무가 이상했다. 뿌리에서 1미터 정도 올라 줄기가 도려내지더니 이후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했는지 차츰 말라가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날수록 말라 비틀어져 가더니 급기야 새까맣게 변하면서 죽어버렸다. 나무 바로 아래 있는 작은 땅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면 일부러 그런 짓을 리가 없을 것이다. 굳이 나무를 죽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했다.

밭농사를 짓는 사람이 그랬든, 다른 누군가가 그랬든 사람이 것은 분명하다. 6 짙은 녹음사이로 까맣게 말라죽은 나무 아래를 지나며 사람의 이기심에 다시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