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문화와 광양 장도
칼 문화와 광양 장도
  • 광양뉴스
  • 승인 2019.06.28 19:09
  • 호수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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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칼은 인류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도구 중 하나다. 인류는 2500만년 전 석기시대에 이미 칼을 사용했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에 칼은 무기로도 사용되었다. 현대에도 칼은 다양한 용도로 만들어지며 사용되고 있다.

조리용(식칼), 식사용(테이블 나이프, 버터 나이프), 캠핑용, 다이버용, 종이봉투 개봉용, 회화용, 의료용, 종교용, 문구용 등 다양한 용도가 있다. 용도가 다양하다 보니 모양과 재질도 풍부하다.

칼의 용도와 재질, 상징성 등이 다양함에 따라 그에 따른 문화는 넓고 깊다. 그 문화와 소비를 반영하듯 칼에 대한 전문잡지도 많이 존재한다.

칼을 직업적으로 사용하는 분야에서는 칼에 대한 애착이 강한 분들이 많다. 마음에 드는 칼을 주문하거나 칼 재료를 구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구입 비용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한 소비자들이 있기에 명품 칼을 만드는 곳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칼이 특산품으로 되어 있는 지역도 적지 않다.

칼에는 위험한 흉기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이슬람문화권 및 자바의 전통 신앙에서는 의식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서양에서는 동양의 젓가락을 대신하는 용품이기도 하다.

1950년에 포크가 나오기 전까지 서양에서는 칼로 물건을 자르고 칼로 음식을 찔러 먹었다. 현재도 서양에서 칼은 식기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일반인도 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칼에 관한 다수의 박물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음식의 서구화에 의해 칼의 사용 증가와 관심이 높아져 명품 칼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칼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 30여개에 이른다. 이들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칼이 상징하듯 일본의 칼 제조기술력은 만만치 않은데, 전통적인 기술은 무기용 칼에 치우쳐 있다.

그런데 그 전통 문화와 기술력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활용하고 있다. 전통 칼은 문화의 뿌리로 삼고, 무기를 만들었던 기술력은 생활용 칼의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4 13일부터 6 30일까지 일본 도검박물관에서 개최되었던 ‘일본도의 모습’전시회의 흥행도 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칼은 이처럼 문화 및 산업적으로 확장성이 크다. 다행히 광양은 문화측면에서 장도가 있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제철소가 있다. 장도(粧刀)는 남자가 지니고 다니던 작은 칼이다. 이 문화는 고려시대에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일반화되었고, 근대까지 이어 졌다.

특히 광양에서는 1970년대까지 전통 시장에서 장도를 볼 수 있었다. 남성들은 패도(佩刀)를 차고 다니면서 과일도 깎고, 새끼를 자르는 등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그 문화가 늦게까지 남아 있던 탓에 패도를 차고 서울에 간 광양 어르신이 파출소에 잡혀간 일화도 있다.

광양 장도는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 60호로 지정돼 있다. 전승은 광양 장도 전수관에서 주로 이뤄지지만 그 상징성은 한국을 대표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호신, 자해(自害) 및 치레용 칼이 장도라는 점에서 국제성도 갖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출소는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세계적인 인지도 또한 높다. 광양은 이처럼 칼에 대한 전통 문화와 산업적인 인프라를 갖고 있다. 문화 및 산업적으로 발전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셈이다.

풍부한 이 자원을 명품 칼 모라나이프(Mora knife)를 생산하는 스웨덴의 모라(Mora), 헨켈(Henkel) 본사가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Dusseldorf) 및 랜달나이프(Randall knife)의 제조사가 있는 미국 올랜도(Orlando)처럼 만드는데 활용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지난해 일본 도쿄에 개관한 도검박물관(?博物館), 시마네현에 있는 일본철강박물관, 2020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나고야 도검박물관처럼 문화관광 자원으로 키울 수는 없을까? 여러모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이 광양의 칼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