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母子, 김두엽&이현영
그림 그리는 母子, 김두엽&이현영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7.26 18:37
  • 호수 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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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묘화가 아들 이현영과 구순 노모 김두엽

“엄마는 지금도 예뻐요”

母子 일상 방송사 휴먼다큐에...

“갑자기 유명세를 타서 집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어머니가 불편해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낮에 엄마 혼자 계시는데 심심해하지 않고 좋아 하신다”고 말한다. 낮 시간을 혼자 보낼 엄마를 생각하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점의 화가 이현영 화백과 그림 그리는 구순 넘은 어머니 김두엽 씨는 봉강 석사리 매천 황현 생가 옆집에 산다.

꽃, 나무, 사람들…소소하고 아름다운 일상 속 이야기를 캔버스에 담아내는 어머니는 아흔을 넘긴 고령임에도 정정하고 곱다.

“지금도 고우신데 젊을 때는 더 고우셨겠어요” 하며 인사를 건네자 아흔 둘 김두엽 어르신이  “고마워요, 그런데 젊을 때 곱지 않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하신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들이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지금도 예쁘거든요”하며 엄마를 바라본다. 화가 母子의 일상은 날마다 이렇게 꿀이 뚝뚝 떨어진다. 노모를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이 애틋하다.

그림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는 두 母子의 집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건 지난 7월초 한 방송사의 휴먼다큐 프로그램에 이들의 따뜻하고 잔잔한 일상이 소개되자 강원도에서, 경상북도에서 한달음에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결혼 안 한 처자가, 경상북도에서는 이들 母子처럼 엄마와 함께 사는 아들이 노모를 모시고 다녀갔다.

母子는 먼데서 찾아와 준 낯선 손님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게 즐겁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그림여정

광양·순천·여수·강진·익산 등

7차례 전시

추계예술대 서양화과를 나온 이현영 화백은 점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점묘화가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경력도 있는 중견화가인 그는 어느 날 그림이라곤 배운 적 없는 어머니가 그린 그림을 보고 놀랐고, 그런 어머니를 응원했다. 그리고 꾸준히 그려 온 어머니의 그림과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지금까지 광양을 비롯 순천, 여수, 강진, 고흥, 익산 등에서 7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

 

일일이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한 이 화백의 작품과 아들을 기다리며 틈틈이 그려 온 어머니의 그림이 전시된 익산의 한 갤러리카페에서는 두 사람의 그림이 ‘시집’을 가는 기쁨도 찾아왔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택배 일을 하고 있는 이현영 화백은‘숨통’이 트였다고 기뻐한다.

미술대전 출신 아들 그림보다

어머니 그림이 더 인기

택배물량이 없어 일이 일찍 끝나거나 쉬는 날엔 주로 작업실에서 그림에 몰두한다.

어머니도 그 옆에서 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 어머니의 그림은 이제 아들의 그림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아들은 점으로, 엄마는 붓으로 여백을 채워가는 두 모자의 작품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 이현영 화백이 작업실에서 3미터 가량 되는 점묘화를 그리고 있다.

이 화백은 자신의 그림을 맘에 들어 하는 서울의 한 애호가의 요청으로 3미터가 넘는 대작을 준비 중이다. 일일이 점을 찍어 완성하는 그의 그림은 대단한 집중력과 인내, 열정이 따르는 혼을 쏟아 붓는 작업이다.

이 화백은“이렇게 완성한 작품이 주인을 찾아가고 나면 몹시 허전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시 몸살을 앓는다”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다.

어머니는“방송은 일주일 밖에 안했는데 촬영은 18일 동안이나 했다. 취재하는 분들 대접한다고 아들과 수제비 끓이는 것도 찍었는데 그것은 티비에 안나왔다”며“초복 날 마당에서 닭 삶는 것은 나와서 좋았다. 모두모두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림을 많이 그려서 눈이 침침해진 아흔 둘의 노모는 오늘도 삼복더위에 땀 흘리며 일할 막내아들을 위해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싼다.